국제백신연구소 설립 10주년, 백신공정개발 실험실을 가다

  • 입력 2007년 10월 17일 0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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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백신연구소의 백신공정개발 실험실에서 로드니 카비스 책임연구원(왼쪽)과 김정아 연구원(여)이 장티푸스 백신 실험에 필요한 장티푸스 세균 표본을 추출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국제백신연구소의 백신공정개발 실험실에서 로드니 카비스 책임연구원(왼쪽)과 김정아 연구원(여)이 장티푸스 백신 실험에 필요한 장티푸스 세균 표본을 추출하고 있다. 홍진환 기자
“빈곤층 질병퇴치 우리 손에…” 세균과 씨름

《“만지지 마세요. 매년 약 200만 명의 생명을 앗아가는 장티푸스와 콜레라 세균이 있는 곳입니다.” 12일 오후 3시 반 서울대 연구공원에 위치한 국제백신연구소(IVI·International Vaccine Institute)의 백신공정개발 실험실. 실험용 가운, 안경, 장갑을 착용해야만 출입이 가능한 실험실의 철문을 열고 들어가자 IVI 백신개발팀의 호주 출신 책임연구원인 로드니 카비스(53) 씨가 세균 배양기를 가리켰다. IVI가 국내 언론 중 최초로 본보에 공개한 실험실에선 외국인 2명과 한국인 4명으로 구성된 연구팀이 백신 실험에 필요한 장티푸스 세균 표본 추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카비스 책임연구원은 “개당 1달러 미만인 장티푸스 백신 개발이 머지않았다”며 “이 백신이 수년 내에 대량 생산되면 저개발국 빈곤층의 상당수가 장티푸스의 공포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철저한 보안 시설 갖춘 연구소

IVI는 장티푸스 콜레라 이질 뇌염 등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저개발 국가에서 유행인 전염병 백신 연구가 질과 양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진행되는 곳이다.

전염병 연구소답게 IVI의 보안은 철저하다. 연구에 쓰이는 세균은 화물용 엘리베이터로만 반입되며, 실험실이 있는 지하 1층과 2∼4층은 같은 층에서도 구역마다 출입이 승인된 직원만 이동할 수 있다.

특히 4층은 ‘위험 지역’으로 불린다. 최근에 병을 앓은 환자들에게서 직접 추출한 전염성 세균을 보관하고 있는 병원균 실험실과 조류독감 바이러스 등 지구상의 가장 위험한 세균을 다루는 3등급 생물안전밀폐시설(BSL 3+·Biological Safety Level 3+·공사 중)이 있기 때문이다.

IVI 변태경 공보담당관은 “규정상 자세한 건 밝힐 수 없지만 IVI는 세균 유출과 실험 사고에 대비해 국제적으로 최고 수준의 보안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저렴한 백신 개발이 목표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한 백신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는 개발에 성공하면 황금 알을 낳는, 수익성이 높은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과 암 등이다. 그러나 IVI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개당 1달러 미만인 장티푸스 백신 개발과 콜레라 백신의 개량을 핵심 프로젝트로 삼고 있다.

카비스 책임연구원은 “민간 제약회사에선 수익성 부담으로 전염병 백신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출신인 쎄실 췌어킨스키(54) IVI 사무차장은 “설립 10주년을 계기로 착공한 BSL 3+에서 가장 먼저 저렴한 조류인플루엔자 백신을 개발하는 게 목표”라며 “IVI는 한국의 국제사회 기여도와 생명공학 수준을 높여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국제백신연구소

유엔개발계획(UNDP)이 백신 연구 및 개발을 통해 저개발국 빈곤층의 질병 퇴치를 위해 1997년 10월 17일 설립한 국제기구. 한국에 본부를 둔 유일한 국제기구로 130여 명의 연구원 중 30%가 외국인이며 현재 사무총장은 미국 출신인 존 클레멘스 박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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