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생물학]통증은 제1 안전장치

  • 입력 2007년 6월 29일 05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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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이란 외부에서 강한 자극을 받았을 때 우리 몸이 느끼는 자각 증상이다. 얻어맞거나 바늘에 찔리는 기계적 자극, 뜨거운 불이나 물에 데는 열 자극, 해로운 물질이 몸에 닿는 화학적 자극 등이 모두 통증을 느끼게 한다. 고추나 겨자, 후추를 먹었을 때의 매운 느낌도 맛이 아니라 통증이다.

통증이 너무 강하면 고통스러울 뿐 아니라 사회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럼 통증이 아예 없다면 좋을까. 절대로 그렇지 않다.

아주 드물지만 통증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 유전적 요인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은 어려서 혀를 깨물어 없앴기 때문에 거의 말을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대부분 젊은 나이에 죽고 만다. 치명적인 병에 걸려도 아픈 줄 모르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곡예단에서 몸의 일부를 불로 지지거나 칼로 찌르는 묘기를 보여 주며 살아가기도 한다.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는 묘기를 하다가 죽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우리 삶에서 통증은 반드시 필요한 감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외부의 강한 자극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방어기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암도 초기에 통증을 일으키면 그리 무서운 병이 아니다. 일찍 발견해 쉽게 완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초기 암은 거의 통증을 일으키지 않다가 치료하기에 너무 늦은 말기에 비로소 통증이 나타난다.

통증은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그중 특이하게도 ‘유령통증’이란 것이 있다. 팔다리가 잘린 환자가 없어진 팔다리에서 통증을 느끼는 것이다. 팔다리가 존재하지도 않는데 어떻게 통증을 느낀단 말인가.

팔다리와 함께 절단된 신경의 끝에 이상이 생겨 계속 대뇌로 통증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잘못된 통증 신호는 절단된 팔다리의 끝부분에서 통증이 발생한 것으로 대뇌가 착각하게 한다. 유령통증은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없어지기도 한다.

통증은 사람마다 주관적으로 느끼고 불규칙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 그 실체를 규명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생명과학과 의학의 발달로 언젠가 인간이 통증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우택 서울대 약대 교수 utoh@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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