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 생물학]효모 연구가들이 노벨의학상 탄 까닭

  • 입력 2007년 6월 15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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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발효시키는 효모.
와인을 발효시키는 효모.
2001년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상선정위원회는 하나의 세포가 성장해 분열하는 과정인 ‘세포 주기’를 조절하는 핵심 유전자와 단백질을 규명한 미국의 릴런드 하트웰, 영국의 폴 너스, 티머시 헌트 박사를 노벨의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했다.

암세포 탄생 과정을 규명한 공로라지만, 사실 이들은 암과 거리가 먼 효모의 분열 과정을 연구했다. 그렇다면 빵과 술의 원료인 효모의 분열 과정이 도대체 암세포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암세포는 끊임없이 증식하는 성질이 있다. 정상 세포는 몸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자극에 적절히 반응해 성장할 때 성장하고 필요하면 성장을 멈춘다. 세포의 성장과 수명을 관장하는 단백질(사이클린)과 효소들이 적절히 역할을 분담하기 때문이다.

만일 세포가 무제한 증식한다면 세포 주기 조절 시스템이 망가졌다는 얘기다. 이 시스템이 고장 나는 주요 원인은 세포 주기를 조절하는 인자의 유전자 서열이 바뀌면서 돌연변이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DNA가 공격을 받으면 조절인자들은 멈춤 신호를 보내 망가진 유전자가 딸세포에 전달되지 않도록 한다. 하지만 돌연변이 조절인자는 제때 멈춤 신호를 내리지 못해 불량 유전정보가 계속해서 딸세포에 전달되게 된다. 결국 더 많은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키게 되고, 암세포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그 뒤 과학자들은 실제 사람과 생쥐에서도 ‘세포 주기’를 발견했다. 효모든, 사람이든 세포 성장을 조절하는 시스템이 모두 존재했다.

암은 세포의 생로병사를 조절하는 시스템에 문제가 있을 때 발병한다. 그리고 이 과정은 효모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세포 주기를 연구하다 보니 암을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항암제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이 기초 생명과학자가 노벨 의학상을 받고, 후진들이 그 결과를 이용해 돈을 벌게 되는 사연이다.

이현숙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HL212@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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