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접었다… 폈다… ‘모핑 항공기’ 나올까

  • 입력 2007년 6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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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매는 날개를 활짝 펴고 유유히 맴돌다 먹잇감을 발견하면 날개를 접고 엄청난 속도로 달려든다. 이때 매의 순간 시속은 300km에 이르기도 한다. 갈매기는 강한 바람이 불면 날개를 활짝 펴고 공중에서 정지 상태를 유지한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 날개 모양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항공기를 만들 수 없을까. 미국항공우주연구소(NIA) 모핑랩의 박철 박사는 1998년부터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꾸는 비행체, 일명 ‘모핑 항공기’의 핵심 소재를 연구하고 있다. ‘모핑(morphing)’은 ‘모습을 바꾼다’는 뜻. 모핑 항공기란 말 그대로 날개나 동체 형태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는 꿈의 항공기다. 박 박사가 참여하고 있는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생체모방물질 개발 프로젝트(BIMAT)’는 탄소나노튜브를 넣은 복합재료(SWNT-EAP)에 그 가능성을 두고 있다. 플라스틱 재료인 폴리머(고분자 화합물)는 가볍고 단단해 항공기 동체나 우주선의 재료로 각광받고 있지만 전기가 잘 통하지 않고 한 번 가공하면 변형하기 어려운 것이 단점.

박 박사는 “폴리이미드라는 폴리머에 0.05%가량의 탄소나노튜브를 균일하게 섞으면 전기 전도도가 올라가고 작은 전기에너지로 모양을 바꿀 수 있는 소재로 바뀐다”고 말했다.

탄소(C) 원소가 속이 빈 빨대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는 형태의 탄소나노튜브는 전기를 공급하면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성질이 있다. 또 전기가 잘 흐르기 때문에 약한 전기 신호도 민감하게 전달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를 폴리머에 고루 섞으면 약한 전기 신호에도 형태가 바뀌고 그 자체가 센서 역할을 하는 새로운 성질을 띤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박 박사는 “실제로 전기장을 걸어 측정한 결과 소재의 두께가 실험 전보다 최대 2.6% 늘거나 줄었다며 “필요한 전기에너지도 비슷한 성질을 가진 다른 소재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과학기술부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단과 미공군과학연구소 주최로 4, 5일 서울대 호암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6차 한미 나노워크숍’에서 소개됐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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