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 기술 맛!… 가공식품에 안빠지는 ‘첨단과학 조미료’

  • 입력 2007년 6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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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강원도에서는 소변을 보기 힘들어하는 사람이나 출산 직후 몸이 부은 산모에게 옥수수수염을 달여 마시게 했다. 한방에서도 신장이 좋지 않은 환자에게 옥수수수염을 약재로 썼다. 최근 다시 옥수수수염으로 만든 차가 인기다. 쓰지도 달지도 않고 옥수수 특유의 구수함이 감돈다. 식품이 제 맛을 내게 하는 데는 역시 첨단과학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옥수수수염을 맛있게 끓이는 법

사실 옥수수수염만 끓이면 음료로 만들기에 적합하지 않다. 맛이 쓰고 건초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차 전문기업 엔돌핀F&B는 한국식품연구원 김인호 박사팀을 찾아와 함께 옥수수수염으로 음료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다. 공동연구팀은 시행착오 끝에 옥수수수염과 옥수수 알맹이 추출물을 1 대 4 비율로 섞을 때 가장 좋은 맛이 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집에서 옥수수수염으로 차를 달이면 금방 쉰다. 곰팡이의 먹이인 전분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전분은 포도당 여러 개가 길게 연결된 구조. 연구팀은 크기가 다른 미세한 구멍이 뚫린 여러 종류의 체를 이용해 차를 두세 번 걸러 냈다. 그 결과 아주 미세한 전분만 남아 차 전체에 골고루 분산돼 투명해졌다. 이렇게 개발된 옥수수수염차가 2005년 출시되어 인기를 끌었다.

김 박사는 “시거나 단맛이 강했던 과거의 페트병 음료와 확실히 다른 중성 음료”라며 “예전 페트병 음료들은 미생물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산성을 높이고 신맛을 감추기 위해 당이나 향 성분을 첨가한 사례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쌀밥, 바로 이 맛이야

쌀 전문기업 라이스텍은 씻을 필요 없이 바로 물만 부어 밥을 지을 수 있는 쌀을 내놓았다. 이는 한국식품연구원 금준석 박사팀과의 합작품. 쌀을 손으로 박박 문질러 씻거나 쌀을 물에 불렸다 밥을 하면 갑자기 건조되면서 쌀알에 균열이 생겨 밥맛이 떨어지게 된다.

연구팀은 쌀에 사람의 손힘보다 약간 센 압력으로 물을 쏘았다. 균열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수압만으로 쌀알에 묻어 있는 이물질을 제거한 것이다. 씻은 쌀은 각 쌀알의 수분 함량이 약 16%가 되도록 온도와 시간을 정확히 맞춰 건조했다. 금 박사는 “씻기 전 쌀알의 수분 함량(15.5%)과 비슷한 상태로 맞춘 것”이라며 “보통 가정에서 하듯 쌀을 씻으면 수분 함량이 22∼30%까지 올라가 이를 그대로 유통시키면 한 달도 안돼 썩는다”고 설명했다.

요즘 기내식으로 비빔밥이 인기다. 기내식 비빔밥이 제 맛을 내려면 야채의 신선도 유지가 필수. 한국식품연구원 권대영 박사팀은 기내에 들어갈 야채를 씻을 때 초음파를 이용했다. 야채에 붙어 있던 해로운 미생물은 초음파를 맞으면 떨어져 나가거나 세포벽이 파괴돼 죽는다. 보석이나 안경을 닦을 때 초음파 진동이 있는 물에 담그는 것과 같은 원리다.

야채의 냉동 속도 조절도 중요하다. 서서히 냉동하면 야채 속에서 물이 이리저리 움직이다 한쪽으로 몰리면 뭉친 채 얼게 된다. 이런 덩어리들이 생기면 야채의 조직이 파괴되고 해동했을 때 쪼글쪼글해져 원래의 모양과 맛을 잃게 된다. 권 박사는 “영하 70도 정도에서 약 30분간 급속 냉동해 유통시키면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라면 수프에 숨은 유전공학

식품 연구자들이 미생물의 도움을 받은 지는 벌써 10여 년이 지났다. 식품 개발에 쓰이는 효소를 만들어 내는 유전자를 미생물에서 뽑아 다른 미생물에 주입하면 자기 유전자인 줄 알고 그 효소를 계속 생산한다.

예를 들어 라면 수프를 만들 때는 말토오스(맥아당)라는 당을 트레할로스라는 다른 구조의 당으로 바꿔 주는 효소가 필요하다. 이 효소를 넣지 않으면 수프 속에 말라 있던 배추와 파의 색이나 향이 라면을 끓였을 때 되살아나지 않는다. 이 효소도 미생물을 이용해 대량생산할 수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이대실 박사는 “이 같은 유전공학 방법으로 발효조미료를 개발해 한 식품회사의 조미료 생산성을 30∼40%나 높인 적이 있다”며 “남는 쌀에서 당을 추출해 미생물의 먹이로 활용하면 효소를 비롯한 다양한 식품산업 소재를 개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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