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로 질병의 비밀 푼다

  • 입력 2007년 2월 23일 03시 01분


코멘트
《‘당신은 D4형입니다. 오래 사시겠네요.’ ‘D5형이라 당뇨병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최근 일본에서는 미토콘드리아 유전자(DNA)의 유형을 검사해 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세포에는 수십∼수천 개의 미토콘드리아가 들어 있다. 에너지가 필요한 간이나 근육 세포에는 특히 많다. 미토콘드리아는 생명 유지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인체의 발전소. 세포에서 핵을 제외하고 독자적인 DNA를 갖고 있는 유일한 기관이다. 바로 이 DNA가 당신의 운명을 결정한다.》

DNA 유형 따라 당뇨-비만 가능성 달라… 유전계보 분석에도 활용

○ N9a형 DNA 소유자, 당뇨위험 절반

사람의 DNA 중 약 99%는 세포의 핵 속에 들어 있다. 나머지 1%가 바로 미토콘드리아 DNA다.

미토콘드리아 DNA는 핵 DNA에 비해 작은 돌연변이가 자주 일어난다. 사람마다 미토콘드리아 DNA가 조금씩 다른 이유다. 과학자들은 미토콘드리아 DNA 유형을 150여 가지로 나눴다. 이 유형별로 병에 걸릴 가능성이 다르다는 주장이 최근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대 의대 내과 이홍규, 박경수, 조영민 교수팀과 일본 도쿄도노인총합연구소 마사시 다나카 박사팀은 한국 당뇨병 환자 732명, 일본 당뇨병 환자 1289명의 혈액에서 미토콘드리아 DNA를 추출했다. 이를 한국 정상인 633명, 일본 정상인 1617명과 비교했다.

그 결과 당뇨병 환자 2021명 중 60명(3%)이 N9a형 DNA를 갖고 있었다. 정상인 2250명 중 N9a형을 가진 사람은 119명(5.3%)이었다. N9a형 DNA를 가진 사람이 없는 사람보다 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거의 절반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경향은 한국인과 일본인을 각각 분석했을 때도 그대로 나타났다.

핵 DNA는 정자와 난자에서 온 DNA가 절반씩 섞여 만들어진다. 그러나 미토콘드리아 DNA는 특이하게도 난자에 있는 것만 그대로 자손에게 전달된다. 정자의 미토콘드리아는 모두 꼬리에 있는데, 수정되면서 꼬리가 떨어져나가기 때문이다. 어머니에게서만 물려받는 미토콘드리아 DNA는 혈통 연구에 유용하게 쓰인다.

○ 어머니에게만 물려받아 혈통연구에 단서

연구팀은 동아시아에서 N9a형을 가진 사람들의 계보를 분석해 봤다. 그 결과 약 6000년 전 시베리아에서 중국 북부로 이주해 한반도를 거쳐 약 2900년 전 일본으로 건너간 것으로 추정됐다. N9a형이 일본 원주민인 아이누나 류큐에서 발견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 유전형이 한반도를 거쳐 일본으로 유입됐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홍규 교수는 “일본 혼슈에는 N9a형이, 오키나와에는 N9b형이 흔한 것으로 보아 N9a형은 북방계, N9b형은 남방계로 추정된다”며, “N9a형은 추운 지방에 더 잘 적응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인간유전학회지’ 3월호에 실릴 예정이다.

○ 에너지 생산 활발할수록 비만 가능성 낮아

N9a형 DNA가 있는 미토콘드리아에서는 에너지 생산이 더 활발하다. 불필요한 영양분도 미토콘드리아가 바로 태워 버린다. 이런 이유로 N9a형 미토콘드리아 DNA를 가진 사람이 추위에 잘 견디고 비만이 될 가능성도 낮다는 게 이 교수팀의 분석이다. 결국 비만으로 인한 당뇨병에 걸릴 위험도 줄어든다는 것.

이 교수팀은 혈액에서 혈소판을 뽑아 미토콘드리아를 제거한 세포에 융합해 새로운 세포인 ‘사이브리드(cybrid)’를 만들었다. 혈소판에는 사람마다 고유한 미토콘드리아가 들어 있기 때문에 사이브리드를 조사하면 개인별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알아낼 수 있다. 연구 결과 사이브리드의 에너지 소모 능력은 체질량지수(BMI)와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줄어들면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얘기”라며 “환경호르몬이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으로 체중 변화를 예측하는 모델을 개발할 계획이다.



임소형 동아사이언스 기자 sohy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