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 대장암 예방 효과”…유해-무해 논란 콩 바로 알고 먹기

  • 입력 2007년 1월 2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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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호주 암 협회(NSWCC)가 ‘콩 음식은 종양 성장을 촉진하기 때문에 암 환자들은 먹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 발표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콩은 ‘밭에서 나는 쇠고기’라 불릴 만큼 우수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알려져 있다. 또 색소성분인 이소플라본은 여성 호르몬의 구조와 비슷해 ‘식물성 에스트로겐’으로 불리는 항암 성분이다. 과연 콩의 진실은 무엇인가.》

○ ‘濠 암협회, 종양촉진 경고’는 오해

▽논란의 실체=대한의사협회는 NSWCC 발표가 콩 성분으로 만든 건강보조식품에 대한 것이어서 콩 자체가 암 환자에게 해롭다는 말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실제 NSWCC 홈페이지(www.cancercouncil.com.au)에 있는 발표 내용 가운데 문제가 된 문구를 해석하면 “유방암 환자의 경우 일반적인 건강식단을 유지하면서 적당한 양의 콩 식품을 먹을 수 있다. (다만) 콩에서 특정 성분을 추출한 콩 보충제는 아직 안전성에 대한 임상연구가 충분히 실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복용을 피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콩 식품과 콩 보충제를 구분하지 않고 콩으로 된 모든 것이 암 환자에게 해롭다는 해석은 오해였다.

서울대병원 외과 노동영 교수는 “밥 반찬 떡 국 찌개 등 콩이 들어간 음식을 먹는 것은 특별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서 “최근 서구에서 콩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콩 추출물로 만든 건강보조식품에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명승권 전문의도 “콩이 좋다고는 알려져 있지만 아직까지 사람에 대한 대규모의 임상시험을 통해 특정 추출물이 정말 항암 효과가 있는지 등이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논란이 일고 있다”면서 “일반 식품으로서의 콩의 긍정적 효과는 알려진 대로라고 봐도 좋다”고 말했다.

○ 아시아, 서양보다 유방암 적어

▽콩 식품 섭취 OK=아시아인이 서양인에 비해 유방암이나 전립샘암이 적은 이유에 대해 외국 전문가들은 콩을 주목한다.

특히 동양 여성의 유방암 발생률이 미국 여성의 10∼25%로 낮은 것은 콩 속에 들어 있는 이소플라본 때문일 거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소플라본은 두부 된장 두유 등 여러 종류의 콩 가공식품 중 순두부에 많다. 노란콩보다는 검정콩에 많다. 하지만 간장이나 콩기름류에는 들어 있지 않다.

콩에 함유된 올리고당은 장 속에 좋은 세균인 비피더스균이 잘 자라도록 돕는다. 비피더스균은 장운동을 촉진시켜 변비를 없앤다. 발암물질 생성을 억제해 대장암을 예방하기도 한다.

콩에 듬뿍 들어 있는 섬유질은 소화기를 튼튼하게 만든다. 콩에 들어 있는 단백질의 일종인 클라이신과 알지닌은 혈중 인슐린을 낮춰 당뇨병 예방에도 좋다.

○ 인 성분 많아 콩팥환자엔 제한

▽이상적인 섭취=하루 권장 콩 식품의 양은 두유 2, 3컵, 두부 반 모, 콩가루 반 컵, 콩 반 컵 정도다.

콩의 단점은 껍질이 단단해 소화가 잘 되지 않는 것이다. 콩 속에는 ‘트립신인히비터’라는 단백질이 있는데 이것은 체내 소화 효소인 트립신 활성을 억제해 단백질 소화를 방해한다. 날콩을 먹었을 때 설사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루 전에 불린 다음 삶아 먹으면 소화가 잘된다. 갈아먹을 때는 콩가루가 공기에 노출되면서 지방이 산화되기 때문에 비린내가 잘 난다. 따라서 일단 콩을 갈았으면 실온에 방치하지 말고 빨리 먹도록 한다.

을지대 식품영양학부 서정숙 교수는 “콩 성분에는 인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콩팥이 안 좋은 사람이 많이 먹으면 콩팥에 무리를 줄 수 있고 칼슘 배설을 촉진해 칼슘 부족이 생길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면서 “병원에서도 콩팥질환 입원 환자에게는 콩 섭취를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콩과 어울리는 식품은 다시마다. 콩에 함유된 사포닌이 요오드를 배출시키므로 요오드 함량이 풍부한 다시마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된장을 먹을 때는 부추와 함께 먹으면 좋다. 나트륨 함량이 높고 비타민 A, C가 부족한 된장에 함께 넣고 끓이면 부족한 비타민을 보충하는 데 도움이 된다.

두유가 아이의 머리에 좋다고 ‘주식’으로 먹이는 사람도 있는데 칼슘 부족으로 뼈의 성장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두유는 우유의 보충제 개념으로 먹이는 게 좋다. 유아용 두유는 아이의 연령대별로 제품화되어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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