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동물 생존 가능 최대 몸무게는 1t

  • 입력 2007년 1월 1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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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동물의 몸집 크기가 먹잇감의 크기에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모델은 대형 육식동물의 멸종 이유를 밝히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육식동물의 몸집 크기가 먹잇감의 크기에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모델은 대형 육식동물의 멸종 이유를 밝히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英연구소, 육식동물 덩치-에너지소모-섭취량 상관관계 분석

우리나라 고서적을 읽다 보면 ‘집채만 한’ 호랑이가 마을에 나타나 사람을 해치고 사라졌다는 기록을 종종 볼 수 있다. 간혹 ‘집채만 한’ 곰과 맞서 싸웠다는 허풍스러운 민담도 접할 수 있고, ‘집채만 한’ 돼지가 나타나는 꿈을 꿨다는 얘기를 듣기도 한다. 모두 ‘그만큼 크다’는 것을 과장한 표현이다. 그런데 실제로 최근 영국의 동물학자들이 ‘집채만 한 맹수는 존재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 에너지 효율 높이려 더 큰 먹잇감 찾아

영국 동물학회 동물학연구소 크리스 카본 박사팀은 땅 위에 사는 육식 포유류의 에너지 소모와 섭취량 사이의 관계를 알기 위해 사냥 방식과 몸집 크기를 분석했다.

연구팀은 육식동물 14종을 10g 미만의 무척추동물이나 2kg 미만의 척추동물을 잡아먹는 집단과, 체중이 10kg 이상 나가는 척추동물을 사냥하는 집단으로 나눴다. 그리고 하루 동안 활동하는 데 소모하는 에너지를 계산했다.

그 결과 실제로 이들이 평소 쉬거나 사냥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는 자신의 몸무게에 비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특히 같은 맹수라 하더라도 먹잇감의 크기가 커지면 사냥하는 데 쓰는 에너지가 2∼2.3배 늘어난다는 결과도 얻었다.

카본 박사는 먹잇감이 커지면 에너지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점에 착안해 에너지 섭취량도 증가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육식동물의 에너지 섭취량과 소비량의 관계를 조사했다.

분석 결과 2kg 미만인 맹수는 자기 몸무게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 하루를 버틸 수 있는 반면, 큰 맹수는 자신의 몸무게와 거의 같은 크기의 먹잇감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로 먹성이 좋은 자칼이나 들개처럼 몸무게가 14.5∼21kg 이상인 맹수는 에너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더 큰 먹잇감을 찾는다는 것.

○동물행동-대사량 조절 역할

이번 연구는 멸종된 육식 포유동물의 식성 변화와 몸집 크기의 진화 방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실제로 연구팀은 맹수의 몸집이 커질수록 에너지 소비량과 섭취량의 비율이 주는 제약도 크다는 결과를 얻었다.

큰 척추동물을 먹는 맹수는 에너지를 가장 적게 소비해도 몸무게가 1100kg을 넘지 않는다. 비교적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 포식자의 몸무게는 최대 18∼45kg을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에너지의 소비량과 섭취량에 따라 동물의 행동과 대사량이 조절되고 결국 동물의 진화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현존하는 지상 육식 포유류 가운데 가장 큰 북극곰은 몸무게가 500kg에 이르며, 지금은 멸종했지만 가장 큰 육식 포유류로 불린 ‘자이언트 페이시 베어’도 800∼1000kg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카본 박사는 “대형 육식 포유동물이 항상 멸종의 위기에 놓인 이유를 알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며 “이를 활용하면 지상에서 가장 큰 포식자이자 백악기에 살았던 ‘티라노사우루스’나 ‘기가노토사우루스’ 같은 파충류의 멸종 이유와 생활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과학전문지 ‘공공생물과학도서관(PLoS)’ 2월호에 실렸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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