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동남아 며느리들 유전성 질환 고려해 처방을”

  • 입력 2006년 12월 2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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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총각 3명 가운데 1명은 동남아시아 출신 신부와 결혼할 정도로 국제결혼이 일반화돼 가고 있어 질병 유전학적 측면에서 이들의 건강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최근 유전 질환 및 희귀난치성질환 환자들을 진료하는 아주대병원 유전질환전문센터 소장 김현주(64여·사진) 교수는 “동남아시아인들은 외양상 같은 증세라도 그 나라 특유의 질환일 수 있기 때문에 처방도 달라야 한다”며 “동남아시아 여성의 유전성 혈액 질환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지난해 6월 보건복지부가 국제결혼으로 국내에 들어온 여성 6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국제결혼 이주여성 실태조사 보고서’를 검토하다 캄보디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여성의 25%가 빈혈 환자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 나타난 국내 빈혈 환자의 비율이 5.9%인 것을 감안하면 무려 4배가량 높은 수치다.

그는 “일반인은 빈혈의 원인을 철분 부족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들은 우리 민족에게서 발견되지 않는 유전적 질환인 지중해성 빈혈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지중해성 빈혈은 지중해 연안이나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많이 발생하는 유전적인 질환으로 간과 폐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혈액 질환이다. 이를 단순한 빈혈로 진단해 철분을 보충하는 약을 처방하면 사망에 이르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김 교수는 “빈혈의 일종인 ‘헤모글로빈 E’ 질환은 국내에선 없지만 동남아에선 흔하다”면서 “점차 늘어나는 외국인의 유전적 요인을 조사해 각 나라의 유전자 배경을 충분히 이해해야 앞으로 태어날 국제결혼 2세의 건강 증진을 도울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1967년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약 30여 년간 임상 유전학 전문의로 활동했다. 1994년 아주대병원으로 자리를 옮긴 김 교수는 2001년 설립한 한국희귀질환연맹 대표로 활동하면서 희귀난치성질환자들이 치료를 받아 사회의 일원으로 함께 살아 갈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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