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당뇨치료제 ‘60%예방’ 효과”

  • 입력 2006년 9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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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제1공화국’에 출연하는 등 1980, 90년대 안방극장을 풍미했던 연기파 배우 홍성민(66) 씨는 당뇨합병증으로 실명한 상태다. 당뇨병은 혈액 안의 당(糖) 농도가 높아져 생기는 병이다. 일단 발병하면 치료하기 힘들어 많은 환자가 결국엔 홍 씨처럼 합병증을 앓게 된다. 당뇨합병증이 심해지면 눈을 멀게 하는 당뇨병성 망막증, 신장 투석을 해야 하는 신증, 다리를 잘라야 하는 신경병증 등 다양한 증상으로 발전한다. 이런 당뇨병을 약으로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당뇨병학회에서 당뇨위험군에 속한 사람들에게 약물을 투여해 당뇨병 발병률을 낮췄다는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당뇨병은 부자병=당뇨병은 세계 인구의 5%가 앓을 정도로 흔한 병이다. 주로 콜레스테롤이 높은 음식을 먹는 사람에게 발생해 ‘부자병’으로 불리기도 한다. 선진국에선 발병률이 10%까지 치솟기도 한다. 한국인의 8∼10%가 당뇨병 환자다.

정상인이라면 아무것도 먹지 않은 상태(공복)의 혈당은 dL당 100mg 이하여야 한다. 이 수치가 126mg을 넘으면 당뇨환자로 분류된다.

정상인은 췌장의 베타(β) 세포가 인슐린을 분비해 혈당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한다. 당뇨환자는 베타 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인슐린 분비가 제대로 안 되기 때문에 심하면 정기적으로 인슐린을 투여해야 한다.

공복 혈당이 dL당 100∼125mg인 사람은 당뇨 위험군으로 분류한다. 혈당이 이 정도 수준이면 베타 세포의 기능에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다. 당뇨위험군인 사람은 당뇨병으로 발전할 확률이 거의 100%다.

당뇨병은 뚱뚱하거나 고혈압이 있거나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 가족력이 있는 사람, 임신 중 당뇨병에 걸렸던 여성에게 발병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사람은 매년 혈당검사를 받는 게 좋다.

동양인은 백인보다 베타세포가 적어 당뇨병에 더 잘 걸린다. 미국인은 45세 이하의 당뇨병 환자가 1%에 불과하지만 한국에선 30, 40대 당뇨병 환자가 4∼6%다. 당뇨로 인한 합병증은 15∼20년 뒤 나타난다. 이르면 40대 후반부터 눈이 멀거나 신장투석을 해야 하는 사람도 있다.

▽“췌장의 베타세포 기능 좋게 만들어”=당뇨병이 생겼다면 잘 관리하더라도 현상 유지에 그치거나, 병이 깊어져 합병증을 앓게 된다. 이 때문에 사전에 당뇨병을 예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이뤄졌으나 별 진척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캐나다 인도 미국 등 21개국 500여 명의 의사들이 만든 ‘드림 연구팀’은 획기적인 성과를 냈다. 이 연구팀은 부작용이 없으면서도 췌장의 베타 세포 기능을 좋게 만들어 당뇨병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는 것.

캐나다 맥매스터대 의대 헤르첼 거스타인 교수는 “21개 국가의 당뇨 위험군 5269명(여성 59.2%, 남성 40.8%, 평균 나이 54.7세)을 대상으로 3년간 약물 ‘로지글리타존’을 투여한 결과 62%가 당뇨병에 걸리지 않았다”면서 “로지글리타존은 건강을 해칠 만한 부작용이 없었다”고 발표했다. 서울대병원 내과 조영민 교수는 “진짜 베타세포가 건강해졌다면 이 약을 끊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도 효과가 있어야 하는데 그 결과는 12월 중 발표될 예정”이라며 “당뇨병 예방효과는 그때서야 명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로지글리타존은 2000년부터 시판되고 있는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약 ‘아반디아’의 성분명이다.

▽식사 조절과 운동이 무엇보다 중요=당뇨병 진행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식사 조절과 운동이다. 생활 습관만 고쳐도 당뇨병 진행을 60∼70%는 막아 준다는 연구결과가 많다. 하지만 환자의 굳은 의지와 영양사, 간호사의 도움이 없는 한 생활습관을 고치기란 쉽지 않다.

강남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윤건호 교수는 “많은 환자가 이미 합병증이 나타난 상태에서 병원을 찾거나 생활습관을 고치기가 매우 힘들기 때문에 약물 치료를 받는다”며 “당뇨 예방 효과가 확실하다면 아반디아를 초기 당뇨병 환자에게 처방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아반디아는 단독으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고, 다른 약과 병용시에만 보험적용되는 약이라 대부분 의사가 다른 약을 써보고 맨 마지막으로 병용처방하는 약이다. 1년에 환자가 부담하는 약값은 비보험시 62만 원, 보험 시 18만 원이다.

코펜하겐=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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