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당 1만5000원짜리 새 보안장치 비용 고객이 부담을”

  • 입력 2006년 9월 14일 0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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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6월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 인터넷뱅킹 담당자를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내년 1월 ‘전자금융거래 안정성 강화 종합대책’ 시행을 앞두고 세부 내용을 협의하기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 측은 은행이 보안장치 구입 비용을 부담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은행 실무자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안전한 인터넷뱅킹은 고객에게 이익이 되는 만큼 고객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금감원은 “인터넷뱅킹으로 인건비를 줄인 은행이 무슨 소리냐”며 압박했지만 은행 실무자들은 요지부동이었다.

인터넷뱅킹 보안장치 구입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의 문제가 전자금융거래 종합대책 성공의 핵심 요건으로 떠오른 셈이다.

금감원은 인터넷뱅킹 고객 가운데 내년 1월부터 새 보안장치를 사야 할 고객을 600만 명으로 추산한다. 은행이 물러서지 않으면 고객은 인터넷 금융거래를 위해 많게는 1만 원 이상을 따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무엇이 문제인가?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One Time Password·OTP)가 비용 논란의 핵심이다. OTP는 매분 새로운 인터넷뱅킹용 비밀번호를 생성시켜 보안 위험을 크게 줄이는 핵심 장치다. 현재 사용되는 보안카드와 달리 복제가 불가능해 안전성이 뛰어나다.

금감원은 내년부터 5000만 원 이상 고액을 인터넷뱅킹으로 이체하려면 반드시 이 장치를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앞으로 이 장치를 모든 인터넷 거래에 적용할 계획이다.

문제는 OTP 가격이 대당 1만5000원 선이라는 것. 현재 국내 인터넷뱅킹 등록고객 2000여만 명 중 30%가 OTP를 쓸 것으로 금감원은 추정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OTP 구입비를 빼고 유통관리비용만 연 10억 원 이상 든다”며 “일부 VIP 고객에게 지원하는 것 외에 더 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 ‘이익은 은행이, 부담은 고객이’

국내 인터넷뱅킹은 단순히 비밀번호를 입력하는 방식에서 공인인증서, 보안카드 이용 등으로 안전성을 높여 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고객이 비용을 추가로 부담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인터넷뱅킹이 안전해지면 이용 고객이 늘고 은행은 창구 유지 비용 등을 더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e비즈니스사업부 관계자는 “은행들은 인터넷뱅킹 덕에 매년 수백억 원의 창구 직원 인건비와 지점 운영비 절감 효과를 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비용 부담에 대한 고객 반응은 냉담하다.

회사원 한인숙(31·여) 씨는 “은행들이 지금까지 인터넷뱅킹을 권장해 오다 이제는 ‘돈 안 되는’ 고객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처사가 아니냐”고 항의했다.

○ 어떻게 될까?

금감원은 은행 측의 반발이 거세지자 최근 타협안을 내놓았다. 은행이 OTP 값의 80%, 나머지 20%는 고객이 내는 방안이다.

하지만 은행은 이 타협안도 비용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은 “은행 이익과 관련된 사안인 만큼 최대한 버텨 보겠다”는 입장이어서 이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금감원이 ‘고객부담률 20%’로 한발 물러난 만큼 어떤 타협안이 나오든 소비자 부담은 현재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기에다 이번 대책에서 은행이 설립 및 운영 비용을 부담하기로 한 통합인증센터도 안전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각 은행으로 분산됐던 해킹 공격이 통합인증센터로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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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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