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세상/이경호]보건의료 기술은 21세기 성장엔진

  • 입력 2006년 9월 9일 03시 03분


코멘트
인간의 생명 유지 및 건강과 직결되는 보건의료 기술은 인간 유전체 지도의 완성 이후 커다란 전환기를 맞고 있다. 보건의료 기술은 정보기술(IT), 나노기술(NT)과 합쳐져서 더욱더 발전된 새로운 형태의 기술, 즉 융합기술로 발전할 전망이다.

융합기술 덕분에 맞춤 의료가 가능한 꿈같은 시대가 다가온다. 개인의 유전정보를 통해 질병을 예방하고 조기 발견하며 개인별 맞춤 치료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하는 꿈의 시대가 펼쳐진다. 이는 의료 서비스의 혁명으로 이어진다. 의공학 기술의 발전으로 고성능의 소형 진단 기기가 보급되면서 원격 진료와 재택 치료가 가능하고 정보기술과의 융합으로 어디서나 진단 및 치료가 가능한 모바일 의료, ‘유-헬스케어(U-Healthcare)’의 시대가 올 것이다.

보건의료 기술의 변화는 19세기 산업혁명, 20세기 정보혁명과 같이 21세기 바이오혁명이라는 큰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엄청난 속도로 성장해 더욱 거대한 시장을 형성하고, 미래 성장엔진으로서 세계경제를 주도할 수 있다. 한국의 보건의료 기술은 미국, 유럽 선진국 등의 수준에 못 미친다. 그러나 우리에겐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 미래를 위해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가.

첫째, 국가 차원에서 보건의료 분야의 연구개발(R&D)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세계 각국은 이 분야의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 차원에서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우리나라도 보건의료 산업을 국가의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는 중이지만 규모가 미국의 2.4% 수준에 불과하고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다.

둘째, 기업의 투자 활성화가 필요하다. 정부 못지않게 기업의 투자가 중요하지만 국내 기업의 투자는 선진 기업에 비해 너무 저조하다. 예를 들어 국내 10대 제약기업의 평균 연구개발 투자액은 글로벌 제약기업의 320분의 1 수준이다. 세계 1위의 제약기업인 화이자는 지난해 513억 달러의 매출액 중 74억 달러를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동아제약은 매출액 5336억 원 중 230억 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정도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투자 비중도 글로벌 제약기업은 15% 내외인데 국내 제약기업은 5% 수준에 그치고 있다.

셋째,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신기술을 개발하는 바이오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돼야 한다. 국내에서 독창적인 기술력을 가진 바이오벤처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투자는 턱없이 부족하다.

미국의 경우 지난해 벤처 기업에 대한 총투자액 27조 원 중 5조9000억 원(22%)이 바이오 부문에 투자되면서 우수한 바이오벤처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1980년까지만 해도 인원 7명의 작은 벤처이던 암젠은 이런 투자와 지원을 통해 2005년에 109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변했다.

한국에서는 6700억 원의 민간 벤처투자 자금 중 650억 원(9%)만 바이오 부문에 투자되었는데, 절대 규모는 물론 투자 비중에 있어서도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장기간의 투자가 필요한 바이오산업의 특성상 투자 활성화가 어려운 점이 있지만 미국의 성공 사례에서처럼 국가 차원의 지원과 더불어 바이오벤처 기업에 대한 민간의 투자가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선진 기술과의 교류를 통해 국내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는 일도 중요하다. 6∼8일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무역협회가 공동 주최한 ‘바이오 코리아 2006’ 행사를 계기로 미래의 성장 엔진인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

이경호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