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수입쇠고기 맞지? DNA에 쓰여 있어”

  • 입력 2006년 9월 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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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쏘는 향과 함께 독특한 감칠맛을 내는 홍어의 국내 시장 규모는 연간 700억 원.

전 세계 홍어 어획량의 95%가 한국에서 소비될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다 보니 종종 가오리가 홍어로 둔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명태 역시 마찬가지다. 해마다 명태 어획량이 줄면서 러시아산 명태가 국산으로 둔갑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이 6월까지 적발한 원산지 허위 또는 원산지 미표시 건수는 692건.

문제는 진짜와 가짜, 국산과 수입산을 눈으로 구별하기 힘들다는 것.

국립수산물품질검사원 관계자는 “단속 공무원조차 국산과 수입산을 구별하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포장에 표시된 내용이나 유통 과정을 추적해 가짜를 적발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과학계를 중심으로 수산물과 농축산물의 가짜를 판별하는 기술이 활발하게 선보이고 있다.

8월 초 해양연구원과 바이오 벤처회사인 지노첵은 어종(魚種) 판별용 DNA 칩을 개발했다.

홍어 유전자의 특정 염기서열과 반응하는 이 칩은 홍어로 둔갑한 가오리나 기타 어종을 구분해낼 수 있다. 어류의 유전자 샘플을 DNA 칩에 올려놓고 반응을 보면 가짜와 진짜를 금방 알 수 있다는 것.

해양연구원 김충곤 박사는 “DNA 칩으로 연어과 어류 10종과 홍어 및 가오리 11종을 판별할 수 있다”며 “국내외 어종의 DNA를 데이터베이스화해 판별 가능한 어종을 더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홍어와 가오리, 넙치와 가자미 등 유사 어종은 물론 원산지 허위 표시 어종까지도 판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농촌진흥청 축산연구소는 한우로 둔갑한 수입 쇠고기를 구별할 수 있는 ‘DNA 마커’ 기술을 3월 선보였다.

한우와 젖소의 육질은 구별하기 쉬운 데 비해 수입 쇠고기와 한우는 전문가들도 구별하기 힘들다. 이 기술은 소에서 채취한 유전자를 분석해 한우와 수입 쇠고기의 유전자 차이를 보고 판별해 낸다.

농림부는 이를 활용하면 한우 유통 과정이 상당히 투명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산물과 육류 외에 채소의 이력을 추적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이화여대 나노과학부 최진호 교수팀이 최근 개발한 ‘DNA 바코드 시스템’의 경우 생산지와 품질 등의 정보를 DNA에 저장한 다음 나노 캡슐에 집어넣는 방식을 통해 야채 이력을 알아낼 수 있다.

이윤호 해양연구원 박사는 “최근 유전자 염기서열을 이용해 생물 종(種)을 판별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유통 과정에서 가짜가 진짜로 둔갑하는 경우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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