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藥소국’ 한국…순수 국내 신약값 비중 고작 3%

  • 입력 2006년 9월 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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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처방약) 상위 100위 안에 든 순수 국내 개발 신약은 2개뿐이다. 또 이들 약의 약값은 상위 100위 처방약 전체 약값의 3%에 불과했다. 순위는 지난 1년 동안 건강보험관리공단에 청구된 약값을 기준으로 매겨졌다. 나머지 98개는 외국 제약사의 신약(48개)이거나 한국 제약사가 외국 신약을 복제하거나 개량해 만든 약(50개)이어서 한국 제약업계의 대외 의존도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가 3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지난해 전국 병의원 9000여 곳에서 처방한 약품 목록과 건강보험공단(건보)에서 약값 통계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이런 사실이 드러났다. 본보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미국 측의 신약 특허권 강화 요구가 관철될 경우 국내 제약업계가 받을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이 같은 분석을 시도했다.

상위 100개 처방약 가운데 한국 제약사가 판매하는 약은 52개였으나 이 가운데 자체 개발한 신약은 동아제약의 소화기계통 질환 치료제 ‘스티렌캅셀’과 SK케미칼의 관절염 치료제 ‘조인스정’뿐이었다. 이들 약의 약값 순위는 스티렌캅셀이 29위, 조인스정이 89위였다.

미국 독일 프랑스 등 18개 다국적 제약사의 처방약은 48개 품목으로 한국 제약사에 비해 다소 뒤지지만 약값 비중은 전체의 55%였다. 한국 제약사의 처방약은 품목은 많지만 매출액이 적어 외화내빈이었다.

처방약 1위는 한국화이자의 고혈압 치료제 노바스크였다. 한국화이자는 5개 품목으로 전체 약값의 10%를 차지해 역시 1위를 기록했다. 대웅제약은 국내 제약사 가운데 1위로 전체 약값의 7%를 차지했으나 자체 개발한 신약은 하나도 없었다.

100위 안에 든 약 가운데 신약의 약값은 79%(1조5272억8900만 원)였으나 복제약은 21%(3984억5900만 원)였다. 이는 제약업계에서 신약의 비중이 크다는 것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하지만 의사의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일반약)과 처방약을 합한 100대 의약품 가운데 노바스크가 1위, 박카스(동아제약)가 2위, 가스활명수(동화제약)가 9위를 차지했다. 한국 제약사는 복제약이나 일반약으로 수익을 거둬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영세한 제약사처럼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일반약이나 복제약 생산에 치중하고 연구개발 투자를 소홀히 한 결과”라고 말했다.

한국제약협회 관계자는 “1990년대부터 신약 개발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져 일부 결실을 보고 있지만 대형 다국적 제약사와 겨룰 수준은 아니다”면서 “6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3차 한미 FTA 협상에서 미국 측의 지적재산권 강화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국내 제약사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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