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후근]암 환자 ‘삶의 질’도 생각할 때다

  • 입력 2006년 7월 1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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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이라는 말은 암과 같은 불치병을 앓는 환자에게 꼭 필요한 용어인 것 같다. 말기 암 환자의 초췌한 모습은 그가 건강할 때를 기억하는 친지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면서 인간적 존엄성을 지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암 환자의 이런 비참한 모습은 결코 피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현대 의학의 눈부신 발달로 새로운 암 치료법이 속속 개발되고 있으며, 말기 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현대 의학의 꾸준한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암은 당연히 아픈 것’이라는 그릇된 인식 때문에 피할 수 있는 통증이 방치되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통증 관리를 살펴보자. 암 환자는 말기에 이르면 안락사를 희망할 만큼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적극적인 진통제 투여로 통증 관리를 비교적 잘하지만 한국의 경우 ‘진통성 마약’의 사용에 소극적인 것이 사실이다.

식욕 부진 문제도 마찬가지다. 암 환자는 통증 외에 식욕 부진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 일반적으로 병에 걸리면 식욕이 떨어지면서 체중이 줄고 면역력이 약해진다. 그 결과 다른 질병에 걸리기 쉽고 이미 갖고 있는 질병의 치료가 더 어려워진다.

암 환자는 암 자체에서 생성되는 여러 가지 매개체 때문에 식욕 부진과 불량한 영양 상태에 빠지게 되며, 몸 안에서 자라는 암세포에 정상세포와 조직의 영양분까지 빼앗겨 심한 영양실조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미국에서 나온 보고에 따르면, 암 환자의 63%가 영양실조 증상을 보였는데 그중에서도 소화와 관련이 깊은 위암과 췌장암 환자는 무려 83%가 영양 상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암으로 사망하는 환자의 20% 이상은 사망 원인이 영양 부족일 정도로 암 환자의 영양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암 환자는 식욕이 떨어지고 입맛이 변하며 자주 구토를 하고 메스꺼움을 느껴 음식을 먹기 어렵다. 구토나 전신피로 등의 부작용이 있는 항암 치료를 받는 경우에는 음식 섭취가 더 힘들다.

이런 환자를 위해 선진국에서는 종합 비경구(非經口) 영양수액을 공급하고 있다. 또 음식물을 방금 씹어서 삼킨 듯한 반유동체 상태의 영양제품을 다양하게 개발해 소화기관에 투입하는 적극적인 방법을 쓰고 있다.

식욕을 증진하는 약물도 개발돼 암 환자에게 도움이 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은 메게스트롤 아세테이트 제제가 대표적인데, 식욕을 촉진함으로써 체중과 근조직을 증가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9월 이 약제의 건강보험 적용이 전이성, 재발성 암 환자에게까지 확대됐지만 암 환자 중 4기에 해당하는 사람만 혜택을 볼 수 있어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했다.

단순한 ‘삶의 연장’이 아니라 ‘인간다운 삶’을 살고자 하는 삶의 질 문제가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식욕 부진과 체중 감소로 고생하는 암 환자가 인간다운 존엄성을 지키고, 삶의 질을 좀 더 높일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전후근 미국 뉴욕대 의대 교수·종양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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