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癌 초기에 잡자]<6>자궁암

  • 입력 2006년 5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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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밤낮을 혼자 끙끙대면서 속앓이를 했어요.”

2일 주부 양모(45·서울 강서구 화곡동) 씨는 결국 친구의 손에 이끌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부인암클리닉 김재욱 교수를 찾았다. 김 교수는 부인암 조기진단 전문의로 2003년 동아일보 선정 부인암질환 베스트닥터에 선정된 바 있다.

양 씨는 지난달 11일 지역건강보험에서 시행한 건강검진에서 2만 원을 추가 부담해 부인암 검진을 선택했다. 생전 처음이었다. 그동안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고 번거로움과 부끄러움 등으로 꺼려했던 것.

그가 받은 자궁암 검사는 자궁경부세포검사. 세포 채취용 솔로 자궁경부세포를 한 번 닦아내는 것. 솔에 묻어나온 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해 암세포인지 알아보는 것으로 시간이 5분도 안 걸리는 간단한 검사였다. 2주가 지난 뒤 검진 담당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세포검사에서 침윤성 암 소견이 보이니 정밀검사를 받으세요.”

짤막한 통보였지만 하늘이 노래졌다. 처음 이틀간 양 씨는 정신을 못 차렸다. 침윤성 암은 악성 종양으로 1기 자궁경부암 이상을 말한다. 남편과 자식에 대한 걱정이 더해지면서 우울감에 빠져 이후 사흘간은 한숨과 눈물 범벅이었다.

#2일 첫 번째 외래

“검진 담당자가 잘못 말한 것 같아요. 세포검사로는 침윤성 암 여부를 알 수 없어요. 어느 정도 암이 침투했는지는 조직검사를 해 봐야 해요.”(김 교수)

김 교수는 “현재 증세가 없기 때문에 암이 아닐 수도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했다. 양 씨는 두렵지만 다시 한 번 검사를 받기로 했다.

김 교수는 “자궁경부세포검사를 받는 여성 상당수가 검사 전에 질 세척을 하는데 암세포가 함께 씻겨 나가므로 피해야 된다”며 “생리가 있을 때에도 검사 결과가 잘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일주일 이내 질정 사용을 피해야 정확한 검사를 할 수 있다고.

이날 양 씨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검사와 자궁경부세포검사를 다시 받고 질확대경을 통해 3곳에 조직검사를 받았다. 이날 양 씨는 남편에게 그동안의 속앓이를 털어놓았다. 깜짝 놀란 남편은 “왜 이제야 말하느냐”며 걱정했다.

#6일 두 번째 외래

결과가 나오는 날 양 씨는 휴가를 낸 남편과 같이 왔다. 아내의 고백을 들은 남편은 걱정스러운 마음에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궁경부암 자료도 모으고 관련 책도 구입했다.

검사 결과 암 전 단계인 자궁경부 상피내암으로 자궁경부암의 0기에 해당되는 것이었다. 김 교수는 환자에게 ‘매우 운이 좋다’며 격려했다. “치료를 받을 경우 100% 생존율을 보이기 때문에 문제없어요. 암이 어느 정도 자궁 안으로 침투했는지 확인하고 치료도 겸하는 자궁경부 환상투열절제술을 시행해 봅시다.”(김 교수)

이 절제술은 의심되는 자궁 부위를 아이스크림 모양으로 잘라내는 시술이다.

외래에서 40분 정도의 시술을 받은 양 씨.

“통증이 별로 없다는 말을 들었는데 생살을 꼬집어서 쥐어뜯는 통증이었어요. 10일간 진통제를 처방받았어요.”

#15일 세 번째 외래

자궁경부 환상투열절제술 결과를 듣는 자리. 남편을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

김 교수는 “침윤성 암 소견은 나오지 않았다”며 “치료법은 자궁경부 상피내암의 근원 자체를 없애는 자궁적출술 또는 정기적인 추적검사 두 가지가 있다”고 말했다.

양 씨는 두 아들이 있고 아이를 더 낳을 나이도 아니기 때문에 자궁을 떼어내는 데에 동의했다.“자궁은 임신을 유지하고 출산을 가능하게 하는 역할을 할 뿐이지 다른 기능은 없습니다.여성호르몬이 분비되는 난소는 보존하므로 여성을 잃는다는 걱정은 하지 마세요.” (김 교수)

“수술은 바로 할 수 있나요.”(양 씨)

“얼마 전 자궁경부 환상투열절제술을 했기 때문에 상처가 아물어 염증 위험이 없어지는 4∼6주 후가 적당할 것 같아요.”(김 교수)

양 씨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남편과 두 아들에 대한 걱정과 미안함을 벗을 수 있었기 때문.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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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2002년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은 국내 여성암 중에서 5위를 차지하고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1위를 달릴 정도로 흔했지만 생활 환경이 좋아지고 조기진단이 늘면서 크게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조기진단의 중요성을 간과해 주변 장기까지 전이된 뒤 병원을 찾는다. 최근 한국여자의사회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10명 중 6, 7명은 자궁경부암 정기검진을 받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1기에서도 90% 이상이 5년 생존율을 보일 정도로 예후가 좋지만 4기에서는 18% 이하로 뚝 떨어진다.

자궁경부암 위험군으로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자가 먼저 꼽힌다. 그 밖에 여러 사람과 성관계를 갖고 있는 여성과 그런 남자를 둔 여성, 조기 성경험자, 다산자, 흡연자, 비위생적인 생활자, 불량한 영양상태자 등의 그룹에서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술과 자궁경부암과의 연관성은 아직 밝혀져 있지 않다.

HPV는 주로 성생활을 통해 감염되긴 하지만 이를 배우자의 부정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HPV 감염 경로를 정확히 밝힐 방법도 없거니와 감염 경로 또한 다양하기 때문이다.

증상으로는 성교 후 출혈과 악취가 나는 질분비물, 말기에는 체중감소, 허리통증, 혈뇨 등을 동반한다. 대부분의 환자는 초기에 증상을 느끼지 못하므로 정기적인 검진만이 최선이다. 검진 시기는 첫 성경험을 가진 후부터 매년 시행한다.

예방을 위해선 건전한 성생활과 함께 면역력을 키워주기 위해 비타민과 엽산 등이 풍부한 야채와 과일을 자주 먹도록 한다. 최근에 다국적 제약회사인 MSD의 ‘가다실’과 GSK의 ‘서바릭스’라는 HPV 예방백신이 개발돼 임상시험 중에 있다.

김재욱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부인암클리닉 교수

※다음 순서는 국내 암 중 발생률 4위며 점차 증가 추세에 있는 대장암입니다. 궁금한 사항이 있으신 분은 e메일(health@donga.com)로 문의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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