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으로 자궁경부암 곧 박멸”… 암 백신 현주소

  • 입력 2006년 5월 8일 03시 01분


코멘트
2006 유럽산부인과학회(유로진)에 참석한 의사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이번 학회의 최대 관심사는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백신이었다. 파리=이진한 기자
2006 유럽산부인과학회(유로진)에 참석한 의사들이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이번 학회의 최대 관심사는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백신이었다. 파리=이진한 기자
《주사로 암을 예방한다? 꿈만 같은 이런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지난달 23∼26일 프랑스 파리에서는 전 세계 여성에게 두 번째로 흔한 암인 자궁경부암의 치료에 대한 주제로 ‘2006 유럽 산부인과 학회(유로진)’가 열렸다. 1000여 명의 유럽 산부인과 전문의들이 참여한 이번 학회에서는 주사로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는 백신이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현재 자궁경부암 백신은 다국적 제약회사인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서바릭스’와 MSD의 ‘가다실’이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 학회에서 다뤄진 암 백신의 현주소를 알아봤다.》

○ 서바릭스-가다실 내년 하반기 한국상륙

자궁경부암은 바이러스의 감염으로 생기는 질환. 이들 바이러스는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라고 불리며 약 15종이 있다. 이 중 70%는 HPV 16, 18 두 가지가 원인이다. 국내에서는 위암 유방암에 이어 여성이 세 번째로 많이 걸리는 암이다.

미국 다트머스대 의대 산부인과 다이안 하퍼 박사는 서바릭스를 대조군을 포함한 15∼25세 여성 1113명에게 투여해 4. 5년이 지난 뒤 임상결과를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하퍼 박사는 “98% 이상의 여성에게 HPV 16, 18에 대한 항체가 발견됐으며 지속적으로 백신 반응이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는 B형간염 백신처럼 6개월간 세 번만 접종하면 자궁경부암 공포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서바릭스에는 항체 형성을 폭발적으로 증강시키는 ‘AS04’라는 면역보조제가 첨가돼 주사를 맞은 뒤에도 오랫동안 백신 효과를 지속시킨다고 하퍼 박사는 언급했다.

AS04는 대부분의 백신에서 항원항체 반응이 잘되도록 도와주는 알루미늄염에 면역증강물질인 MPL을 첨가한 것이다.

하퍼 박사는 “자궁경부암과 감염경로가 비슷한 피부 감염 질환인 천연두도 백신이 개발되면서 1970년대에 박멸됐다”면서 “자궁경부암도 백신 투여로 천연두처럼 박멸될 날도 머지않았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서바릭스는 HPV 31, 45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능력도 확인돼 백신으로 자궁경부암의 80%를 예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바릭스는 3월 유럽약품평가국(EMEA)에 시판허가신청서를 낸 상태로 빠르면 내년 초 유럽에서 판매된다. 국내에는 이르면 2007년 하반기에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MSD의 가다실은 지난해 12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시판허가신청서를 제출해 6월 미국에서 먼저 승인이 날 예정이다.

가다실도 2007년 하반기엔 국내에 들어올 전망이다.

이들 백신은 현재 국내에서도 10∼14세 소녀를 대상으로 강남성모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에서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 면역력 등을 평가하는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 피부암-폐암 백신치료 진행 중

백신은 원래 질환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맞는 약. 그러나 암 환자에게 치료를 할 수 있는 백신도 나올 전망이다. 이를 파맥신이라고 부른다. 제약을 뜻하는 파머슈티컬스와 백신의 합성어.

가장 앞서고 있는 분야는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과 유방암, 소세포성 폐암 분야. 현재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다.

파맥신의 원리는 백신 원리와 마찬가지로 암세포에서만 나타나는 특정 항원을 투입해 환자 자신의 면역세포를 자극시킨 뒤 면역세포가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하는 것. 면역세포는 암세포만을 타깃으로 해서 죽이기 때문에 기존 항암제에서 나타나는 구토나 탈모, 구역질 등의 부작용이 없다.

특수 항원은 주로 암 관련 유전자로 유방암에서는 HER2 유전자, 흑색종엔 MageA3 유전자, 전립샘암엔 P501 유전자 등이 대표적이다.

GSK 백신 사업부 암백신 책임자인 필립 몬티에네 박사는 “백신은 암이나 면역기능 이상으로 생기는 광범위한 만성질환이나 난치병 등의 분야에서도 연구되고 있다”며 “전립샘암이나 백혈병 등에서도 초기 임상이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파리=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