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과학자 2명 국제학술지 특집-표지 장식

  • 입력 2006년 4월 5일 03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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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고픔의 메커니즘을 규명한 미국 텍사스대 의대 유영재 연구원(왼쪽) 가족. 남편 김정호 인하대 교수(오른쪽)도 이번 연구에 참여했다.
배고픔의 메커니즘을 규명한 미국 텍사스대 의대 유영재 연구원(왼쪽) 가족. 남편 김정호 인하대 교수(오른쪽)도 이번 연구에 참여했다.
한국 여성 연구자들의 논문이 세계적 학술지의 특집과 표지를 나란히 장식했다.

생명과학 분야의 국제저널 ‘셀 메타볼리즘’은 미국 텍사스대 의대 유영재(兪英在·41) 연구원과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한성아(韓誠雅·37) 연구원의 논문을 각각 4월호의 특집 논문과 표지 논문으로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

유 연구원은 가느다란 벌레인 선충의 소화기관이 배고픔을 느끼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보통 음식을 먹으면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돼 소화기관의 수축 이완 운동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

유 연구원은 소화기관이 비어 있을 때도 아세틸콜린이 분비되고 소화기관을 자극해 ‘배가 고프다’는 느낌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이번 연구결과는 배가 고프면 음식을 찾는 행동을 신경생리학적으로 규명한 것”이라며 “아세틸콜린 조절을 통해 식욕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면 비만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뇨병에 걸리면 동맥경화가 악화되는 원인을 밝혀낸 미국 컬럼비아대 의대 한성아 연구원(왼쪽) 가족. 남편 진익성 박사(오른쪽)도 같은 대학에서 연구하고 있다.
한 연구원은 당뇨병 환자의 동맥경화가 악화되는 원인을 밝혀냈다.

동맥경화는 당뇨병이 동반하는 합병증의 하나로 당뇨병 환자의 주요 사망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한 연구원은 당뇨병에 걸린 생쥐에게 치료제인 인슐린을 많이 투여할수록 대식세포(세균을 잡아먹는 면역세포)가 빨리 죽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죽은 대식세포가 혈관에 쌓이면 동맥경화를 악화시킨다”며 “인체에 내성이 생길 정도로 인슐린을 많이 투여하면 치명적인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연구원은 80년대 학번으로 뒤늦게 연구를 시작했으며, 생물학자인 남편이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유 연구원은 84학번으로 연세대 생물학과에서 학부와 대학원을 마쳤다. 졸업 후 10여 년 동안 학업에서 떠나 있다가, 남편 김정호(金廷鎬) 인하대 생명과학과 교수의 격려로 1999년 미국 유학을 떠나 2004년 텍사스대 의대에서 박사학위를 땄다. 남편 김 교수는 이번 연구논문의 공동 저자이기도 하다.

경희대 87학번인 한 연구원의 원래 전공은 당뇨병이나 동맥경화와 전혀 상관없는 농학 분야. 1994년 미국으로 건너간 뒤 전공을 유전공학으로 바꿨으며, 현재 컬럼비아대 의대에서 연구조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남편 진익성(陳翼晟) 박사도 컬럼비아대 의대에서 학습과 기억을 전공하는 신경학자다.

유 연구원은 중학생 딸(15), 한 연구원은 한 살배기 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다.

박근태 동아사이언스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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