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달새족’ 부러워 마세요… 아침형-저녁형인간 유전자로 결정

  • 입력 2006년 3월 24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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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아침형인지 저녁형인지는 유전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저녁형 인간으로 타고난 사람이 굳이 아침형으로 생활습관을 바꾸다가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적지 않은 무리가 따른다. 그래픽=강동영 기자
사람이 아침형인지 저녁형인지는 유전자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저녁형 인간으로 타고난 사람이 굳이 아침형으로 생활습관을 바꾸다가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적지 않은 무리가 따른다. 그래픽=강동영 기자
《평소 늦잠을 즐기던 사람이라면 어쩌다 이른 새벽 수많은 인파가 북적대는 출근길 지하철에서 ‘자괴감’에 빠질 수 있다. ‘이러다 사회에서 낙오자가 되는 것이 아닐까.’ 아무래도 남보다 일찍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성공의 비결로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몇 년 전 국내외에서 ‘아침형인 종달새족이 저녁형인 올빼미족보다 성공 확률이 높다’는 말이 널리 유행한 것도 이 때문.》

하지만 이 말은 과학적으로 맞지 않다는 게 사실로 드러났다. 사람이 아침형인지 저녁형인지는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면이 강하기 때문에 무조건 아침형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 24일 서울 광진구 화양동 건국대병원에서 열리는 대한수면의학회(회장 김린 고려대 교수) 춘계학술대회에서 아침형-저녁형 인간의 유전자를 분석한 연구결과가 발표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로는 이번이 처음이다.

○ 유전자 염기서열 패턴 따라 종달새-올빼미족

고려대 의대 이헌정(신경정신과) 교수는 20대의 건강한 의대 남학생 189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후 이들이 종달새족인지 올빼미족인지 구분했다. 평소 아침에 얼마나 정신이 멀쩡한지 그리고 작업수행 능력이 어느 정도 발휘되는지를 물어 점수를 매긴 것. 점수가 높을수록 종달새족에 가까웠다.

이 교수는 또 이들의 혈액을 채취해 생체리듬과 관련된 유전자 2개를 분석했다. 하나는 대부분 동물에서 발견되는 시간유전자(3111C/T). 하루 중 잠에 들고 깨는 생체리듬을 유지시키는 유전자다. 다른 하나는 빛이 눈의 망막에 닿을 때 이를 감지해 신체에 알려주는 데 관여하는 생체신호전달유전자(GNB3).

설문조사와 유전자 검사 결과를 비교하자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두 유전자의 염기서열 패턴에 따라 종달새족인지 올빼미족인지가 구별된 것이다.

유전자는 아데닌(A) 구아닌(G) 시토신(C) 티민(T) 등 4가지 염기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동일한 유전자라 해도 사람마다 약간씩 염기가 다르다. 이런 작은 차이 때문에 개인마다 약이나 스트레스에 대한 감수성이 달라진다고 알려져 있다.

연구에 사용된 두 유전자 모두 사람에 따라 염기서열의 패턴이 다르다. 즉 유전자 전체의 염기서열 중 일부에서 시토신과 티민 두 가지가 CC CT TT 등 3가지 유형으로 나타난다. 이 교수는 시간유전자가 CT이고 생체신호전달유전자가 CC나 TT인 사람은 종달새족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에 비해 시간유전자와 생체신호전달유전자 모두 CT인 사람은 올빼미족이었다.

이 교수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여러 나라 민족에 대해 비슷한 유전자 연구가 이뤄져 왔다”며 “명확한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람마다 유전자 차이에 따라 아침형인지 저녁형인지 나눠진다는 것이 점차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저녁형 인간으로 타고났음에도 아침형으로 바꾸겠다고 애를 쓰다 보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무리가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아침형=성공형’은 잘못… 억지로 바꾸면 부작용

한편에서는 ‘아침형 인간=사회적 성공’이라는 인식이 잘못됐다는 경험적 증거가 제시되고 있다.

건국대 의대 박두흠(신경정신과) 교수는 “종달새족과 올빼미족의 직업 종류와 성공도를 비교한 결과 특별한 차이가 없다는 학계 보고가 있었다”며 “미국의 한 여성기업가의 경우 아침에 늘 피곤한 나머지 출근 시간을 10시로 늦추자 일의 효율이 훨씬 높아졌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김훈기 동아사이언스 기자 wolf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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