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야, 너의 능력을 닮고 싶어!…‘잠자리 모방과학’

  • 입력 2005년 10월 21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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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의 비행 능력은 탁월하다.

앞뒤로 자유롭게 날아다닐 뿐 아니라 1초에 무려 30회나 날갯짓을 하고 최고 속도로 비행할 때 자기 몸무게의 30배나 되는 힘을 견딜 수 있다.

최근 잠자리의 놀라운 능력을 모방하는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고속의 날갯짓을 가능하게 하는 단백질이 인공적으로 생산되고 엄청난 힘을 견딜 수 있는 비행복이 개발되고 있다.》

○ 아무리 여러 번 날갯짓해도 손상되지 않는 ‘레실린’

잠자리 몸통과 날개가 연결된 부분은 잠자리가 아무리 많이 날갯짓을 해도 손상되지 않는다. 이 부분이 ‘레실린(resilin)’이라는 고무 단백질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레실린은 40년 전 이집트 잠자리의 날개 조직에서 처음 발견됐고 이때부터 레실린의 특성이 연구되기 시작했다. 탄력성을 잃지 않는 레실린 덕분에 잠자리는 평생 계속해서 날개를 팔락일 수 있다.

레실린은 잠자리뿐 아니라 벼룩, 매미, 파리 등 많은 곤충에 존재한다. 벼룩이 자신의 몸길이보다 수십 배나 높이 뛸 수 있고 매미가 귀청이 터질 것처럼 우는 소리를 낼 수 있는 것도 레실린 덕분이다.

2001년에는 과일파리에서 잠자리에 있는 것과 같은 레실린을 합성하는 유전자가 발견됐다. 이후 과학자들을 실험실에서 탄력성이 뛰어난 레실린을 인공적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마침내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협회(CSIRO) 크리스 엘빈 박사팀이 인공 레실린을 처음 개발하는 데 성공해 영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 13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과일파리에서 레실린 합성 유전자를 뽑아낸 후 이를 대장균에 이식해 실험실에서 액체 상태의 레실린을 대량으로 생산 해 냈다. 그 다음 루테늄 금속 촉매를 넣고 빛을 가하자 고체 상태의 고무 물질이 탄생했다.

실험 결과 인공 레실린은 원래 길이보다 3배 이상 늘어나도 끊어지지 않고 한 번 변형된 후 손실되는 에너지는 3%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공 레실린은 인체 이식용 물질로 활용될 수 있어 주목을 끌고 있다. 동맥 내벽의 탄성 물질인 ‘엘라스틴’이 손상될 때 이를 대체할 수 있고 환자의 척추 디스크도 대신할 수 있다.

○ 먹이 잡는 신경체계 연구 활발

잠자리를 모방한 비행복 ‘리벨레’를 입고 있는 모습.사진 제공 내셔널가드

잠자리의 중요기관은 액체로 둘러싸여 있다. 이 때문에 잠자리가 최고속도로 비행하며 자기 몸무게의 30배나 되는 힘을 받을 때도 내부기관을 보호할 수 있다. 이 원리를 모방해 전투조종사의 새로운 비행복을 개발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2002년 미국 유타에서 열린 조종사 보호기술 관련 국제워크숍에서는 스위스의 ‘라이프 서포트 시스템’ 사가 ‘리벨레(독일어로 잠자리란 뜻)’라는 비행복을 선보였다. 공기가 채워진 기존의 압력복과 달리 이 비행복에는 조종사를 감싸는 액체 층이 별도로 있다. 마치 자궁 속에 들어있는 태아와 같은 상황이다.

압력복은 외부시스템에서 공기를 넣어줘야 하기 때문에 작동하는 데 몇 초가 걸리지만 리벨레는 조종사가 느끼지 못할 만큼 빠르게 작동한다고 개발자들은 설명했다.

잠자리를 모방한 전투기를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공학과 장영근 교수는 “잠자리는 공중에 머물러 있다가 갑자기 시속 50km의 속도를 낼 수 있다”며 “미국에서는 이 같은 비행방법을 전투기에 적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하다”고 설명했다.

잠자리가 먹이를 잡아채는 과정도 관심의 대상이다. 잠자리는 날고 있는 먹이를 아래에서 접근해 마지막 순간 다리를 뻗어 먹이를 낚아챈다. 먹이를 잡는 확률은 97%. 미국 유니언대 로버트 올버그 교수팀은 잠자리가 먹이를 잡을 때 사용하는 신경체계를 연구해 비행체의 새로운 유도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 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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