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고속도 ‘소수의 질주’…정보격차 커져

  • 입력 2005년 5월 6일 03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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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인터넷 가입자는 올해 2월 1200만 명을 돌파했다.

가구당 인터넷 보급률은 77.9%.

세계 1위의 ‘인터넷 강국’이다.

그러나 실생활에서 인터넷을 활용하는 모습은 제각각이다.

인터넷에 홈페이지를 만들고 영화를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e메일과 정보 검색만 하는 사람도 있다.

인터넷 사용자 사이에서 활용 정도에 따라 수준 차가 벌어지는

‘2단계 디지털 디바이드’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5%가 절반을 쓴다=인터넷을 흔히 ‘정보 고속도로’에 비유한다.

한국의 인터넷 사용 현황을 교통 문제로 바꾸면 대략 이렇게 설명할 수 있다. 전체 인구가 100명이고 도로에 100대의 차량이 있다. 완벽하게 평등한 상황은 1인당 1대의 차량을 몰고 다니는 것.

하지만 국내 현실은 이렇다. 위에서부터 5명이 총 50대의 차량을 몰고 다닌다. 1인당 평균 10대꼴이다. 이들 5명이 몰고 나온 차량이 전체 교통량의 절반이다.

위에서부터 50번째 사람까지 몰고 다니는 차량은 총 95대. 나머지 50명은 1대를 가지고 10명이 번갈아 타고 다니는 꼴이다.

KT의 메가패스 프리미엄 가입자 가운데 상위 5%가 인터넷에서 내려받거나 올리는 데이터의 양은 1인당 한 달 평균 47.8GB(기가바이트). ‘디빅스(DivX)’ 방식으로 압축된 영화 한 편의 크기가 약 600MB(메가바이트) 정도라고 할 때 영화 80편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한 달간 매일 2, 3편의 영화를 내려받는 셈이다. 이를 1MB 크기의 사진으로 환산하면 4만7800장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일상적으로 e메일과 정보 검색을 하는 정도로는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수치”라고 지적했다.

▽불균형의 문제점=인터넷 사용 불균형 문제는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인터넷 종량제’의 핵심 논점 가운데 하나다.

통신업체들은 “소수의 이용자가 전체 인터넷 트래픽(데이터 사용량)의 압도적인 양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사용자는 상대적으로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한다.

인터넷 요금은 정액제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데이터의 양과 관계없이 똑같은 요금을 낸다. 결국 적게 사용하는 사람이 많이 사용하는 사람의 돈을 내주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불균형 상황은 ‘2단계 디지털 디바이드’를 상징한다.

개인이 만들거나 인터넷에서 접할 수 있는 파일의 용량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문자 위주의 정보에서 이미지 위주로, 다시 동영상으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하위 50%가 사용하는 인터넷 데이터 사용량이 전체의 5%가 채 안 된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들은 인터넷을 사용하기는 하지만 최신 기술에서 완전히 배제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2단계 디지털 디바이드’에서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층이 생기는 것은 경제적인 이유 때문은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도 배우기 어렵다고 느끼거나 필요하다는 것을 아예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디지털미래연구실 황주성(黃注性) 연구위원은 “선진국에선 정보에 대한 접근 차원이 아니라 정보기술(IT)을 통한 참여 기회 확대를 의미하는 ‘디지털 참여(e인클루전)’로 정보화 정책의 방향이 바뀌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정부와 기업 주도로 ‘맞춤식 IT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홍석민 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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