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인터넷만 접속하면 ‘두 얼굴’로 변합니까?

  • 입력 2005년 1월 23일 17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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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정인성 기자
일러스트레이션 정인성 기자
유명 연예인의 신상정보와 소문을 담은 ‘X파일’이 인터넷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미 볼 사람은 다 봤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때는 휴대전화 커닝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다. 사이버범죄도 급증하고 있다. 게다가 사이버범죄의 30∼50%는 10대 청소년에 의해 저질러진다. 현재뿐 아니라 미래의 정신건강마저 위협받고 있는 셈이다.

주변을 돌아보자. 혹시 나와 내 가족에게 ‘디지털 정신장애’ 가능성이 있는 것은 아닌지 체크해 보자.

○ 답글 달때 인신공격 욕설… 신종 정신장애

정신의학자들은 디지털 공간을 ‘사회병리의 하수관’으로 규정한다. 어느 정도의 욕구 해소에는 괜찮지만 지나치면 관이 막혀 악취를 풍기고 썩기 때문이다.

인터넷에만 접속하면 공격적으로 변한다. 휴대전화만 들면 크게 떠들어야 직성이 풀린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만 자신은 그런 사실을 느끼지 못한다. 바로 디지털 정신장애의 대표적 증상이다.

정신의학자들은 디지털 정신장애자를 ‘마늘애호가’라 부른다. 마늘을 먹은 사람은 괜찮지만 옆에 있는 사람들은 냄새 때문에 곤혹스럽다. 그래서 디지털 정신장애로 병원을 찾는 경우도 드물다.

○ 휴대전화 부정행위-음란채팅도 해당

10대 청소년일수록 문제는 심각하다. 청소년 인터넷 중독자의 절반 이상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겪고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인터넷에 빠져들수록 현실이 낯설어진다는 것. 이쯤 되면 ‘사회부적응장애’로 볼 수 있다.

의견에 대해 ‘답글’을 달면서 인신공격과 욕설을 하는 사람도 많다. 이들은 자신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믿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반박을 참을 수 없다. ‘충동조절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 이른바 디지털 정신장애는 ‘반사회적 인격장애’와의 관련성도 높다.

휴대전화를 이용한 부정은 대표적인 사례다. 자신의 부정행위가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줄 것을 알면서도 커닝을 감행했다. 반사회적인 것을 알면서도 음란채팅을 하는 주부나 원조교제 요청을 하는 10대 소녀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 가족의 적극적 관찰이 최선

디지털 정신장애는 가족이 나서는 게 가장 좋은 예방 및 치료법이다.

평소 디지털 문화에 ‘중독’되지 않도록 지침이 필요하다. 우선 인터넷 사용시간을 하루 2시간 이내로 제한한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을 합리적으로 개진할 수 있도록 평소 부모와의 대화가 필요하다. 또 디지털 정신장애자일수록 자기통제를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할 대목.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이 있다. 바로 이 모든 지침을 실천하는 것이다.

(도움말=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권준수·유인균 교수, 서울아산병원 신경정신과 유한익 교수)

▼“연예인 X파일 즐기기는 엿보기 심리”▼

왜 사람들은 연예인의 X파일에 빠질까.

정신의학자들은 이에 대해 “전형적인 엿보기 심리”라고 말한다. 보통 사람들은 유명인의 사생활에 대해 알고 싶어 하는 속성이 있다. 그런 정보를 알면 심리적으로 유명인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까지 자세히 알수록 유명인과 자신의 거리가 좁혀지는 느낌을 갖는다.

어떤 사람들은 ‘동일시’의 단계를 넘어 ‘우상화’를 하기도 한다. 이런 부류는 자신이 좋아하는 유명인의 부정한 행위가 드러나면 절망한다. 심한 경우 자살 등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 ‘광 팬’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를 빼면 대부분 X파일을 보며 ‘배설의 쾌감’을 느끼는 정도다. 이때는 유명인의 사생활이 ‘불건전’할 때 “아, 그 사람도 별거 아니네”라며 묘한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요즘처럼 경기도 어렵고 사는 게 힘들 때는 X파일이 ‘술안주’가 되기도 한다. 사람들은 재미없는 현실의 돌파구로 유명인을 ‘씹으면서’ 즐기는 것이다. 정신의학자들은 이를 일종의 대리만족이라고 분석하며 ‘건강한 엿보기’로 분류한다.

이런 엿보기 심리는 관음증과는 다르다. 관음증은 성(性)과 관련된, 일종의 성도착증이다. 흔히 하는 말로 ‘변태’라고도 한다. 정신의학적으로 관음증의 진단 기준은 이렇다. 첫째, 다른 사람이 옷을 벗는 모습이나 성행위 장면을 보고 싶어 한다. 둘째, 창문을 통해 다른 사람의 침실을 엿본다. 셋째, 공공장소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한다. 이 중 한 가지라도 6개월 이상 지속됐다면 관음증으로 볼 수 있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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