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아보니/메릴린 시크]인터넷 强國, 사이버윤리 貧國

  • 입력 2004년 12월 10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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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를 이용한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 사건으로 한국이 시끄럽다. 외국인인 나에게도 이번 사건은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아마 인터넷에서 강의하는 직업 때문이리라. 이번 사건은 나에게 사이버 윤리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한국은 세계에서 인터넷과 휴대전화 이용률이 가장 높은 나라 중의 하나다. 나 역시 인터넷과 휴대전화 애용자에 속한다. 인터넷은 내가 한국생활에 적응하는 데에 커다란 도움이 됐다. 한국 휴대전화의 저렴한 요금제도 덕분에 나는 캐나다에 사는 가족, 친구들과 자주 연락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문명의 이기’를 사용하다 보면 문득문득 불안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인터넷과 휴대전화의 부작용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한국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은 다양한 커뮤니티, 미니홈피, 블로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중에는 자살 또는 범죄 관련 내용이 포함된 블로그와 커뮤니티도 많다. 수능 부정행위 중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사건도 있다.

인터넷만이 아니다. 한국 휴대전화 기술력과 디자인을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멀쩡한 휴대전화도 바꾸고 싶을 정도다. 그러나 기술이 발달할수록 그 기술이 부정한 용도로 사용될 만한 여지도 커지기 마련이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그릇된 목적에 사용하려는 유혹이 수없이 존재한다. 그런 유혹을 막아 내는 것은 결국 사용자의 윤리의식이다. 윤리의식은 그냥 생겨나지 않는다. 물론 우리 마음속에는 선악에 대한 기본적인 판단 능력이 존재하지만 윤리의식은 끊임없는 교육을 통해서만 성장할 수 있다.

캐나다는 한국만큼 인터넷이 발전됐다고 할 수 없지만 사이버 윤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매우 높다. 초등학교 때부터 사이버 윤리를 교육하는 정규 수업시간이 편성돼 있다. 부모들은 자녀들을 유해 사이트로부터 차단하는 데에 엄격하다. 언론을 통한 ‘사이버 에티켓’ 교육도 활성화됐다.

반면 한국은 눈부신 인터넷의 발달에 비해 사이버 윤리를 교육하는 데는 너무 인색하다. 인터넷과 휴대전화 사용에 필요한 도덕과 윤리는 기술적인 면에 못지않게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하는데 한국은 단지 문제가 생기면 사후 수습에만 잠시 신경을 쓸 뿐이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이용한 범죄 사건이 터질 때마다 대책 논의가 요란하지만, 같은 유형의 범죄가 계속된다. 왜 미리미리 대처하지 못하는지…. 나는 이번 사건을 접하면서도 “많은 한국인이 인터넷과 휴대전화가 수능 부정행위에 동원될 수 있음을 어느 정도 예견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과 휴대전화는 바쁜 현대인의 생활을 변하게 한다. 그뿐 아니라 인터넷은 전 세계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비치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한국은 ‘인터넷 왕국’, ‘휴대전화 왕국’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여기에 덧붙여서 ‘사이버 윤리 강국’으로서의 한국이 됐으면 한다.

▼약력▼

1950년 캐나다에서 태어나 빅토리아대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7년 전 한국에 와서 한양대 부설 빅토리아 국제언어연구소장으로 일하다가 한양사이버대 교수가 됐다.

메릴린 시크 한양사이버대 실용영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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