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주측량 프로젝트 ‘SDSS’ 합류

  • 입력 2004년 8월 3일 19시 07분


코멘트
한국측 컨소시엄 대표 박창범 고등과학원 교수
한국측 컨소시엄 대표 박창범 고등과학원 교수
《흔히 눈에 보이는 물질이 전부인양 생각하지만 사실 우주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 보이는 물질보다 5배 더 많다. 또 우주가 팽창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지만 정체불명의 ‘암흑 에너지’가 밀어내는 힘으로 작용해 현재 우주가 ‘가속’ 팽창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모른다. 우주를 커다란 벽돌 건물이라고 할 때 건물을 이루는 벽돌은 무엇일까. 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별이 수천억 개나 모여 있는 은하다. 은하들의 분포를 조사하면 우주라는 벽돌집의 구조나 특성을 알 수 있고,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우주를 구성하는 암흑 물질과 암흑 에너지의 비밀도 벗길 수 있다.》

2000년대에 들어 수많은 은하를 대상으로 ‘슬론 디지털 스카이 서베이(SDSS)’라는 대규모의 3차원 ‘하늘 측량’이 시작됐다. SDSS는 하늘의 25%에 걸쳐 지구에서 대략 30억광년 이내의 우주를 측량하는 세계 최대의 프로젝트다. 미국 독일 일본이 참여하는 SDSS에 최근 한국이 동참키로 했다고 고등과학원이 3일 밝혔다.

● 세계최대 우주지도 프로젝트

고등과학원을 대표기관으로 서울대 세종대 경북대가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해 우주의 비밀에 도전하게 된다. 한국측 컨소시엄은 고등과학원의 박창범 교수를 비롯한 13명의 과학자로 구성된다. 한국이 국제적 ‘하늘 측량’ 프로젝트에 공식 파트너로 참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SDSS 전용 망원경으로 찍은 은하단.

미국 뉴멕시코주 새크라멘토산맥 남쪽 끝자락에 있는 해발 2788m의 아파치포인트 천문대. 여기에는 구경 2.5m짜리 SDSS 전용 망원경이 있다. 망원경에 설치된 시야가 넓은 전하결합소자(CCD) 카메라로 고해상도의 사진을 찍고 620개의 광섬유로 은하의 ‘화학적 지문’인 스펙트럼을 관측한다. 2008년 6월까지 100만개의 은하와 10만개의 퀘이사(활동 은하핵)에 대한 거리, 밝기, 모양 등을 측량할 계획이다.

1단계로 내년 6월까지 목표의 70%에 대해 거리를 측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에는 나머지를 관측하는 연장 단계에 들어간다. 결과적으로 기존보다 100배나 더 큰 규모의 3차원 고정밀 우주지도를 얻게 된다. 멀리 있는 천체일수록 옛날 모습을 보여 주므로 우주 역사의 90% 정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정도다.

일반 지도에 땅덩어리가 어떻게 생겼는지가 나타나듯 우주지도에는 은하들이 무리지어 얼마나 큰 구조를 만들어 내는지, 그 모양이 어떤지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 이는 우주 초기 상태에서 어떻게 은하들의 분포가 생겨났는지를 말해 줄 것이다.

현재까지 은하들이 모여 은하단을 이루고 은하단이 모여 초은하단이나 필라멘트 구조의 대표인 장성(Great Wall) 등의 거대구조를 구성하며 초은하단 사이에는 은하가 거의 없는 비눗방울처럼 속이 텅 빈 지역인 보이드(void)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측 대표인 고등과학원 박창범 교수는 “SDSS로 제작될 우주지도에서 1000개의 은하단, 100개의 초은하단, 수백 개의 보이드 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우주 거대구조는 우주 초기의 물질 상태를 알려 주는 화석”이라고 말했다.

미국 뉴멕시코주 아파치포인트 천문대에 설치된 구경 2.5m짜리 SDSS 전용 망원경. 2008년 6월까지 은하 100만개의 거리를 측량할 계획이다.- 사진제공 SDSS

● 암흑물질의 비밀도 풀릴듯

우주 거대구조가 그려지면 눈에 보이지 않지만 중력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암흑 물질이나 우주 곳곳에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암흑 에너지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박 교수팀은 SDSS 관측자료로부터 암흑 에너지의 양을 잴 수 있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은하의 진화 과정도 밝혀질 전망이다. 은하의 모습은 크게 나선형과 타원형으로 구분된다. 나선은하들이 합체해 일부 타원은하가 생겼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이들의 탄생과 진화 과정은 제대로 알려진 적이 없다.

박 교수는 “SDSS에서는 우주의 나이에 따라 나선은하나 타원은하가 어떻게 변모하는지, 각각의 은하가 주로 어디에 분포하는지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 지구가 속한 나선은하인 우리 은하의 탄생 비밀도 자연스레 풀릴 것이다.

한국이 전대미문의 우주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데는 박 교수의 역할이 컸다. 박 교수는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박사과정을 밟을 당시에 SDSS가 준비되고 있다는 걸 알았다”며 “당시 미국팀이 프로젝트의 자금을 받기 위한 제안서를 제출할 때 이 프로젝트가 끝나면 어떤 과학적 성과를 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한편 10월 28일부터 3일간 한국의 SDSS 참여를 기념하고 국내 우주론 분야의 활성화를 위해 소규모의 국제 워크숍을 열 예정이다.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