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인터넷 당원

  • 입력 2004년 7월 13일 1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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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당이 많은 질책을 받고 있다. 과반이라는 권력의 힘이 초심을 잃어버리게 만든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본다.”(열린우리당) “안이하게 무겁게 거대당으로 안주하면 안돼요. 그럼 국민이 또 한번 맘 상하죠.”(한나라당)

13일 두 당 홈페이지에 떠 있는 인터넷 당원의 글이다. 정치 영역에서 인터넷의 비중이 커지면서 인터넷 당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당의 정책이나 노선 등에 대해 활발하게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정당의 입당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직접 당사를 찾아가 입당원서를 쓰는 것이고, 또 하나는 인터넷을 통해 가입하는 방식이다. 이 중 후자가 주로 인터넷 당원이다. 이들의 주요 활동공간은 인터넷이다. 당원으로서의 의사소통과 결속은 주로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진다. 때로는 온라인상의 유대를 토대로 당원 회의나 집회, 시위에 참가하기도 한다. 당비 납부에도 적극적이다.

▷열린우리당의 경우 인터넷 당원만 6만5000명에 이른다. 요즘 하루 수백 건의 글이 올라온다고 한다. 당내에서는 이들이 당 지도부의 상전(上典)으로 당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박창달 의원(한나라당)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한 ‘자수 요구’나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한 개혁 후퇴 논쟁도 이들이 주도했다. 얼마 전 민주노동당 당 대표 선거에서 인터넷 투표가 차지한 비율은 60%가 넘었다. 한나라당도 이에 질세라 네티즌 끌어들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19일 치러지는 당 대표 경선에 20%의 인터넷 투표를 반영하기로 했다.

▷정당마다 앞으로 인터넷 당원은 점점 늘어날 것이고 그들의 영향력도 계속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인터넷 공간의 특성이 그렇듯 부작용도 적지 않다. 지금도 정당 당원 게시판에는 욕설, 허위 비방, 왜곡, 과장, 명예훼손 등이 난무하고 있다. 이들 인터넷 당원이 전체 당원이나 국민을 대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자칫하면 여론을 호도하고 정보를 제한하는 ‘나쁜 아이들’이 될 수도 있다. 이제 인터넷 정치의 한계를 극복하고 효율적인 정치 시스템으로 정착시켜 가는 일은 각 정당의 숙제가 되었다.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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