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여행상품 가격파괴

  • 입력 2004년 3월 29일 14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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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태국 파타야 4박5일 여행은 80만 원대였다. 요즘 가격은 60만원. 10년이 지났는데 가격이 오히려 떨어졌다. 수요와 공급이 모두 늘어난 탓도 있지만 인터넷이 가져온 효과가 크다.

사이버 스페이스가 대표적인 체험산업인 여행 산업을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인터넷은 우선 여행상품의 가격인하를 가져오고 있다. 소비자들이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여행상품의 가격을 비교할 수 있고 원가구조까지 알게 되면서 여행사의 폭리가 불가능해진 것.

다음, 프리첼 등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모인 여행 동아리 회원들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공동구매를 통해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유럽배낭여행관련 동아리는 회원 수가 6만 명을 넘어 여행사들이 가격인하 요구를 거부하기 어렵다.

순천향대 관광경영학과 이영관 교수는 "수천 개의 여행사가 난립하고 정확한 통계도 없을 정도로 여행 산업이 영세한 상태지만 인터넷이 박리다매(薄利多賣)가 가능한 대형 여행사와 특화된 상품만 판매하는 전문여행사만이 생존할 수 있도록 산업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넷은 상품의 질 경쟁도 유도하고 있다. 인터넷시대에 소비자는 불량 상품을 참아주지 않는다. 여행사에 직접 항의를 하는 것은 물론 각종 사이트에 여행사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다.

일부 여행사는 고객이 인터넷을 통해 불만을 접수할 수는 있지만 다른 고객은 이 내용을 볼 수 없도록 차단하고 있다. 하지만 효과가 별로 없다. 고객이 문화관광부, 관광공사 홈페이지는 물론 각종 사이트에 항의의 글을 띄우기 때문.

또 여행 동아리 카페에 수많은 여행체험기가 올라오기 때문에 고객만족도가 여행사의 생존을 좌우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이 때문에 하나투어 등 대형 여행사들은 주요 관광지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있다. 옵션상품 강요, 계약서에 없는 비용부담 요구 등 소비자 불만이 가장 많은 부분을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도.

하나투어 오형수 홍보팀장은 "특히 성수기 때 제휴관계를 맺고 있는 외국 현지 여행사들이 불성실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례가 많고 이는 소비자 불만족, 각종 사이트에 여행기 게재, 여행사 브랜드파워 하락으로 이어 진다"며 "여행상품의 가장 부분인 체험과정을 아웃소싱해서는 다른 여행사와 차별화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이 가져올 혁신은 이제 시작이라고 말한다. 온라인으로만 영업을 하는 순수 온라인여행사들이 등장한 것. 이들은 고객이 여행검색엔진을 통해 여행스케줄, 호텔, 항공사, 옵션투어를 각자 선택하는 개별여행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고객은 여행상품을 구매하면서 여행사 직원과 접촉할 필요가 없다. 패키지투어가 기성양복이라면 개별여행상품은 맞춤양복에 가깝다.

온라인 여행사인 넥스투어의 홍성원 사장은 "해외 경험이 많은 30~40대의 해외출장, 배낭여행을 가는 대학생, 신혼여행을 중심으로 개별여행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현재 10% 수준인 온라인 구매가 5년 이내에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시아 최대여행사인 주지가 넥스투어를 인수한 것도 이런 예측 때문.

반론도 만만치 않다. 온오프라인을 병행하고 있는 대형 여행사들은 "40대이상이 아직도 해외여행객의 주류를 이루고 있고 이들은 온라인으로만 여행상품을 구입하는데 심리적 저항감이 크다"며 "10년 정도가 지나야만 개별여행상품이 주력상품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병기기자 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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