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도 감시한다…'감시기술'로 직원 평가

  • 입력 2004년 2월 22일 1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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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네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

정보기술(IT)이 발전하면서 직원들이 얼마나 일을 열심히 하는지, 한눈을 팔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감시하는 기술도 급속하게 발전하고 있다.

최근 미국 경제지인 월스트리트 저널은 ‘감시 기술’이 이처럼 발전하고 있는 것은 사무실 밖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급증하고 있어 이들의 업무성과를 평가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현재 전체 근로자의 25% 정도가 근무시간 중 일정 시간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또 전체 근로자의 25%는 사무실을 떠나 이동 중이거나 본사를 떠나 고객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결국 전체 근로자의 절반이 감독자인 상사의 ‘시야 밖’에서 근무하고 있는 셈.

극단적인 경우는 웹카메라를 통해 컴퓨터 앞에 있는 직원을 직접 감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부작용을 우려해 대체로 간접적인 방식을 통해 직원들을 감시하고 있다.

‘저가(低價) 항공사’인 제트블루 항공사는 예약담당 직원 700명 전원을 재택근무시키고 있다. 대신 직원들의 전화통화를 감시하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이례적인 생산성을 올리고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직원이 전화 수화기를 집어 드는 순간부터 감시를 시작한다.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고객과 직원 중 누가 먼저 전화를 끊는지를 기록하는 것. 반드시 고객보다 전화를 나중에 끊도록 돼 있는 직원이 전화를 먼저 끊으면 그 기록은 자동적으로 상급자에게 전달된다. 이 같은 감시결과는 바로 인사 고과에 연결된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개발자, 컨설턴트, 기자와 같은 ‘지식 근로자’들은 이 같은 원격감시 시스템을 통해 업무 성실도와 업적을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어떤 회사들은 직원들이 근무시간 중에 인터넷을 통해 업무와 상관없는 사이트를 방문하는 것을 막기도 한다.

사업장이 여러 군데 분산돼 있는 미국의 한 석유회사는 직원들이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이나 스포츠 콘텐츠를 검색하거나 온라인 쇼핑을 할 경우 이를 자동 추적하는 소프트웨어를 도입했다. 그 결과 직원들의 인터넷 사용시간이 하루 평균 한 시간에서 15분으로 줄었다.

상당수 회사들은 재택근무 등 외부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회사가 지급한 컴퓨터를 통해 ‘섹스’ ‘마약’ ‘스포츠’ 관련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을 차단하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하기도 한다.

실제로 미국 내에서 특정 사이트 접속차단 소프트웨어 판매액이 2001년 2억200만달러에서 2002년에는 2억7000만달러로 급증했다.

한편 재택근무제를 도입한 회사들에 따르면 통제시스템만 제대로 갖춰지면 업무 효율성이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한다고 한다. 이유는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되고 직무만족도가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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