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얼굴마비, 뇌보다 말초신경 탓

  • 입력 2003년 12월 21일 17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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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안 감겨요.” “입이 갑자기 틀어져 얼굴 모양이 이상해졌어요.”

얼굴 마비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세다. 대부분이 뇌중풍(뇌졸중)이 아닌가 걱정을 한다. 얼굴 마비는 뇌의 이상보다는 말초신경의 이상이 많다.

얼굴 마비는 찬 바람이 부는 겨울에 잘 생긴다. 꽃마을한방병원이 1999년 10월부터 4년간 이 병원을 찾은 얼굴 마비 환자 500명을 분석한 결과 특이하게도 12월에 찾은 환자가 21.2%(106명)나 됐다.

가톨릭대 강남성모병원 신경과 이광수 교수는 “얼굴이 마비되기 1∼7일 전에 귀 뒤가 뜨끔거리며 아프거나 목덜미 부위에 막연한 통증이 있는 전조증세가 있다”며 “이때는 거울을 보면서 스스로 검진해서 얼굴 마비가 의심되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대부분 원인을 몰라=환자의 80∼90%는 얼굴 마비의 원인을 알 수 없다. 바이러스 감염이나 자가면역 반응이 얼굴근육을 조절하는 안면신경에 염증을 일으켜 신경이 손상되면서 마비가 온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누구에게나 올 수 있지만 특히 25∼30세의 젊은 사람들이 자주 걸린다. 젊은 사람이 찬 바닥에 뺨을 대고 자거나 감기에 걸렸을 때, 여성의 경우 임신했을 때 많이 생긴다.

한방에선 얼굴 마비를 ‘구안와사’ ‘와사풍’ ‘구와병’ 등으로 부르며 원인부터 양방과는 다르게 해석한다. 즉 얼굴로 흐르는 위(胃) 경맥의 흐름이 방해받거나 차단되면서 얼굴 마비가 생기는 것으로 본다.

원인으로는 △차고 습한 바람 또는 기운이 얼굴에 침범하거나 △얼굴에 외상 또는 치아 발치 등으로 어혈이 생기거나 △중이염 등의 습열성 염증이 있거나 △과로나 신경을 많이 써 기혈이 허약한 경우 등이 꼽힌다.

양방의 경우 가장 흔하게 알려진 원인은 뇌중풍이며 이외에 신경이 손상돼 몸의 각 부위가 마비되는 다발성신경염, 수두를 일으키는 대상포진바이러스 등이 꼽힌다. 특히 대상포진으로 생기는 얼굴 마비는 얼굴에 심한 통증이 함께 올 수 있다. 또 귓속에 물집이 잡히고 전기가 오듯이 찌릿찌릿한 통증이 생긴다.

▽얼굴 한쪽이 마비=얼굴 신경은 얼굴의 표정을 만드는 근육뿐만 아니라 미각 침샘 눈물샘 청각 등을 담당하므로 이와 연관된 증세가 나타난다. 즉 눈이 안 감겨 세수할 때 비눗물이 들어갈 수 있고 눈물이 안 나와 각막염이 생길 수도 있다. 소리가 ‘웅웅’ 하면서 울리거나 크게 들리기도 한다. 또 웃을 때 마비된 쪽의 입이 움직이지 않아 침이 흐르기도 한다. 또 평소 잘 내던 휘파람 소리도 내기가 힘들다.

이 교수는 “입이 한쪽으로 삐뚤어지는 증세만 있다면 뇌중풍 뇌종양 등 뇌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양한방 치료는=양방에선 대부분의 얼굴 마비는 치료하지 않아도 2∼3개월이면 자연 회복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엔 1∼2주 정도 스테로이드나 항바이러스제 등의 약물치료를 받으면 빨리 회복되고 후유증을 덜 남긴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들 약은 염증으로 부어있는 신경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아직 이들 약물치료가 공인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한방에서는 치료가 필요하다고 본다. 꽃마을병원 침구과 박쾌한 과장은 “마비의 합병증을 막고 빠른 치료를 위해선 원인에 따른 침 치료와 약제복용을 해야 된다”고 말했다.

즉 차고 습한 바람기운에 의한 것은 찬 기운을 발산시키는 약제를 투여하고 침과 뜸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는 것. 또 어혈로 인한 경우는 어혈을 제거하는 약제를 투여하고 침과 부황을 이용해 경락을 잘 통하게 해야 한다고 박 과장은 설명한다.

일단 얼굴 마비가 생기면 먼저 눈을 보호해야 한다.

성균관대 삼성서울병원 김병준 교수는 “얼굴 마비가 오면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술 담배를 피해야 한다”며 “눈이 감기지 않아 각막에 염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세수할 때 비눗물이 안 들어가게 조심하고 인공눈물이나 안대를 사용해 눈을 보호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잠자기 전에 테이프를 눈에 붙이거나 안약을 눈에 넣는 것도 도움이 된다. 얼굴 부위가 찬바람에 노출되지 않도록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좋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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