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혁명 기원지를 가다]실리콘밸리

  • 입력 2003년 11월 16일 17시 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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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 노이만
폰 노이만
정보기술(IT)혁명의 기원인 실리콘밸리. 여기에 위치한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IT기업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고, 나라간 장벽인 언어통역의 문제를 해결하며, 해킹으로부터 완벽하게 보호받는 미래의 컴퓨터 환경을 구현하기 위해 연구 중이다. 그러나 폰 노이만(J von Neumann, 1903∼1957)이 없었다면 이와 같은 미래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노이만은 기초수학, 응용수학, 물리학, 컴퓨터, 인공생명 등 현대 과학과 공학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천재과학자다. 최근 노이만의 고향 헝가리를 비롯해 미국과 영국에서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국제 학술대회가 개최됐다. 미국에서는 올 연말 기념우표도 발행될 예정이다.

노이만은 최초의 컴퓨터 에니악(ENIAC)이 등장했을 때 문제가 많다고 느꼈다. 에니악은 폭탄의 비행거리나 암호해독 등 인간 머리로 처리하기 어려운 숫자계산 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시켰으나,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사람이 수천 개의 스위치를 며칠씩이나 걸려서 다시 세팅해야 했다.

IT혁명의 기원지인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IBM 알마덴 연구소 전경. -사진제공 IBM 알마덴연구소

그는 프로그램과 자료를 모두 기억장치에 집어넣고 여기에서 프로그램과 자료를 차례로 불러 처리할 수 있는 현대식 논리구조를 확립, 이를 적용한 컴퓨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에드박(EDVAC)이다.

노이만 방식 또는 프로그램 내장방식으로 불리는 현대식 컴퓨터의 등장은 디지털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가능케 했다. 현재 사용되는 컴퓨터의 99.9%가 노이만 방식이거나 이를 변형한 형태다.

이후 노이만은 IBM의 기술 프로젝트 자문역을 맡으면서 단순한 숫자계산을 넘어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하는 다목적형 컴퓨터를 개발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그는 자기 복제가 가능한 기계를 떠올렸는데, 이는 현재의 컴퓨터 바이러스, 네트워크, 인공지능, 인공생명을 예견한 것이었다.

현재 세계적인 컴퓨터 기술을 자랑하는 IBM 알마덴 연구소에서는 원자핵과 전자의 정보를 정확하게 측정해 자기공명영상(MRI)촬영 장치보다 더 정밀한 3차원영상을 만들어내려 하고 있다. 지금보다 인체내부를 수십배 더 정밀하게 파악해 질병 진단과 치료의 정확성을 높여줄 전망이다.

메모리분야에서는 부팅하는데 몇 분이 걸리는 현재의 컴퓨터를 켜자마자 바로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M램을 개발하고 있다. M램은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그대로 보존되는 비휘발성, 정보처리의 초고속성, 그리고 하드디스크와 같은 대용량성을 갖추고 있다.

칩 설계에서는 원자와 분자를 이용한 회로구성으로 현재보다 무려 26만배나 작은 크기의 반도체회로를 구현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컴퓨터의 미래에 대해서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어 컴퓨터 기술의 핵심인 CPU나 메모리의 집적도가 10억분의 1m 수준인 나노크기에 이르면 미시세계에서만 나타나는 양자효과로 인해 반도체가 제멋대로 기능할 수 있다.

알마덴 연구소의 석학 쿠마 위크라마싱은 “기술적 한계가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된다”며 “탄소나노튜브와 같은 신물질이 새로운 접근을 할 수 있게 도와줬다”고 강조했다.

이미 우리는 세탁기 냉장고 엘리베이터 등 컴퓨터와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곳에서 컴퓨터를 만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어디서나 이용할 수 있어 ‘유비쿼터스’로 표현되는 미래의 컴퓨터는 공기처럼 사람이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곳에 장착될 예정이다.

앞으로 컴퓨터가 어떻게 변할지는 누구도 쉽게 상상할 수 없다. 스스로 복제하는 컴퓨터 바이러스를 예측한 노이만의 통찰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너제이=박응서 동아사이언스기자gopoong@donga.com

후원 과학기술부· 한국과학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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