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없는 영장류’진화는 섹스어필 때문?

  • 입력 2003년 8월 24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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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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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영장류 235종 가운데 유일하게 털이 없다. 그나마 약간 남아있는 털마저 뽑느라고 난리다. 특히 남성은 여성의 털에도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왜 그럴까? 언제 인간은 털을 벗었을까? 기생충 감염 때문에 털 없는 상대가 더 섹스어필하면서 120만년 전 쯤 인간이 털을 벗게 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레딩대 마크 페이겔 교수와 존 레드클리프병원 월터 보드머 박사는 ‘왕립학회보’ 최근호에 “피를 빨아먹는 이와 벼룩 같은 기생충에서 해방되려고 인간이 털을 벗게 됐다”는 이론을 발표했다.

이와 벼룩이 들끓는 환경에서 털이 없는 게 생존에 유리했고, 털 없는 상대가 더 섹스어필하면서 알몸인 상대를 더 좋아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공작이 꼬리 깃털이 큰 상대를 좋아하면서 꼬리 깃털이 커진 것과 같다.

그렇다면 여성은 왜 남성보다 털이 적을까? 페이겔 교수는 “털 없는 상대를 쟁취하려는 성적 선택 압력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훨씬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즉 여성보다 남성은 털이 난 이성을 더 싫어한다는 것이다.

요즘 광고를 보면 아름다운 모델이 인체의 털 없는 부위인 등을 한껏 드러내고 남성의 시선을 끄는 것을 볼 수 있다. 페이겔 교수는 이것도 섹스어필을 과시하기 때문이라고 본다.

한편 미국 유타대 앨런 로저스 교수는 피부색을 결정하는 MC1R란 멜라닌색소 유전자를 분석해 인류가 120만년 이전에 털을 벗었다는 논문을 ‘최신인류학’ 최근호에 발표했다. 그는 아프리카에 살던 인류의 선조는 털이 많을 때에는 흰 피부였으나 털을 벗으면서 멜라닌 색소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나 자외선에 강한 검은 피부를 갖게 됐다고 본다. 색소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일어난 시기가 곧 털을 벗은 시기라는 것이다.

독일 라이프치히 진화인류학연구소 마크 스톤킹 박사는 옷에 붙어사는 이의 유전자를 분석해 털을 벗은 뒤 인류가 5만년 전부터 옷을 입기 시작했다는 논문을 ‘최신생물학’ 최근호에 발표했다. 그러나 다른 인류학자들은 현대인의 직접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에 출현한 15만년 이전에 살았던 네안데르탈인도 조악하지만 옷을 만들어 입었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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