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질자원연구원(원장 이태섭)은 12일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성곡리에서 지열수를 뽑아 올리기 위한 시추공 굴착 공사에 착수했다. 연구팀은 우선 깊이 1km의 시추공을 뚫어 심부 지열수의 부존량과 경제성을 조사한 뒤 내년에는 실제 지열수를 뽑아 올릴 깊이 2km의 고난도 시추공사에 들어간다.
시추공을 통해 뽑아 올릴 지열수의 온도는 75도. 이 물은 2006년부터 포항의 장성 신시가지 아파트 1500가구에 난방 및 급탕용으로 하루 1200t씩 공급된다. 아파트 난방에 이용된 뒤 지열수는 근처의 유리온실에도 공급된다. 이곳까지 오면 75도의 지열수는 식어서 45도가 된다. 그러면 이 물을 지하로 되돌려 보낸다. 주입된 물은 지열에 의해 데워져 다시 난방에 쓰이게 된다.
개발책임자인 지질자원연구원 송윤호 박사는 “심부 지열수는 땅 속과 아파트 단지 사이를 순환하기 때문에 지하수 고갈의 우려가 없고 화석 연료를 쓰지 않아 친환경적인 재생 가능 에너지”라고 밝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는 지열 에너지를 지역난방, 시설영농, 산업에 활용하기 위해 1980년대부터 전 국토를 대상으로 지온증가율 분포도를 작성해 최근 이를 완성했다. 이 분포도는 지하 심부로 갈수록 지온이 증가하는 비율을 나타낸 것이다.
그 결과 포항시가 국내에서 심부 지열 에너지 부존 가능성이 가장 커 국무총리실 ‘심부 지열에너지 개발 사업’의 첫 시범지역이 됐다. 포항시 시범사업에는 앞으로 3년 동안 매년 25억원 정도가 투입된다.
송 박사는 “국내에서 40∼75도의 지열수 부존 가능성이 높은 지역은 경북 포항 울산 경주, 강원 속초 양양 고성, 충청 아산 등 10곳”이라며 “10곳에서 각각 5000가구씩 모두 5만 가구에 지열 난방을 할 경우 가구당 100만원씩 매년 500억원어치의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화산이나 지진대가 있는 미국, 일본, 아이슬란드에서는 200∼300도의 고온 지열수에서 증기를 얻어 전력을 생산하고 있지만 국내에는 이 같은 고온의 지열 에너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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