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美토머스 제퍼슨대 한혜원교수 "간염 약 내성생겨도 치료 포기… "

  • 입력 2003년 7월 27일 17시 1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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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염 환자가 치료약에 내성이 생겼다고 치료를 포기하면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최근 내한해 국내 의사들에게 간염 치료법에 대해 8차례 강의하고 26일 출국한 이 분야의 세계적 대가인 미국 토머스제퍼슨대 병원 간질환예방센터 한혜원 교수(67)는 출국 전 인터뷰에서 간염 환자가 현재 국내의 유일한 치료제 라미부딘(상품명 제픽스)에 대해 내성이 생겨도 치료를 계속해야 할 이유를 두 가지 들었다.

첫째, 내성이 생겼다는 것은 치료제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뜻이지 치료제가 아예 듣지 않는다는 의미는 아니며, 치료제를 끊으면 오히려 상태가 급속히 악화된다는 것.

둘째, 새 치료제들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으므로 ‘여러 무기’로 간염 바이러스를 초토화시킬 때까지 몸을 망쳐서는 안 된다는 이유다.

한 교수는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는 라미부딘의 보완적 치료제인 아데포비어가 시판 중인데 이 약을 처방받기 위해 한국에서 자신에게 오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또 엔테카비어, 엠트리사이타빈, 클레부딘, 텔비부딘 등의 약이 2∼3단계 임상시험에서 저마다 독특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 특히 한국의 부광약품이 개발 중인 클레부딘도 선진국 약과의 ‘개발 전쟁’에서 선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한 교수는 “중국에서 간경변증 환자 651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한 결과 라미부딘을 복용하면 간경변증이 간암으로 악화될 위험이 절반으로 떨어졌다”면서 간경변증 환자도 꾸준히 약을 복용하라고 권했다.

그는 “간염이 간경변증으로 진행되면 혈액의 간수치(ALT)가 100 이하로 떨어진다”면서 “한국에서는 건강보험 재정 때문에 간수치가 100 이상이라야 보험 혜택을 주고 그나마 1년까지만 보험 처리가 된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또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는 비 보유자와 똑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간이 상할 확률은 4배 높다”면서 “보유자가 술, 담배를 가까이 하는 것은 자신에게 묶어놓은 다이너마이트의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한 교수는 원래 성이 이씨지만 남편인 서울대 의대 동기생 한수웅 박사의 성을 따랐다. 부부는 현재 미국 전역을 돌며 활발한 간염 예방사업을 벌이고 있다. 한 교수는 지금까지 21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국민훈장목련장, 자랑스러운 한국인상 등을 받았으며 올 10월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펜실베이니아의 훌륭한 여성상’을 받을 예정이다. 최근 국내에서 오페라 감상 입문서를 펴내기도 했다.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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