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3세대 서비스 상용화 '손 안의 컴퓨터' 역할

  • 입력 2003년 5월 11일 18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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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원 이현정씨(31).

서울 강남구 역삼역 회사 근처서 회식을 마친 그는 자정경 택시에 몸을 실었다. 그때부터 이씨가 탄 택시의 위치는 수시로 남편의 휴대전화에 전송되기 시작했다. ‘역삼동’에서 시작된 위치정보는 10분 간격으로 ‘서초동’ ‘사당동’ ‘낙성대’ 순으로 변했다. 0시40분경 마지막으로 ‘신림동’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받은 김씨는 아파트 입구에 나가 아내를 마중했다.

“회사 일을 하다 보면 늦게 퇴근하는 일이 종종 있는데 그동안은 아내가 초인종을 누를 때까지 늘 노심초사했다”는 김씨는 “서로 안심도 되고, 한쪽이 늦게 오는 날 다른 한쪽은 미리 약속도 하지 않고 아파트 입구에서 마중해 주며 결혼 2년 넘도록 깨알을 쏟아내고 있다”고 말한다.

▽휴대전화는 휴대전화가 아니다= 최근 음성뿐만 아니라 동영상 데이터도 주고받을 수 있는 3세대 휴대전화 서비스가 속속 상용화하고 있다. SK텔레콤의 ‘준’, KTF의 ‘Fimm’ 등의 사용자가 점차 늘면서 휴대전화를 활용한 생활양상도 크게 바뀌고 있다.

김씨 부부처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응용해 휴대전화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KTF의 ‘모바일 경호원’서비스와 LG텔레콤의 ‘애인안심 서비스’ 등이 대표적.

‘전ː화―기(電話機)[명사] 말소리를 전파나 전류로 바꾸어 다른 곳으로 보내고, 다른 곳에서 온 전파나 전류를 다시 말소리로 바꾸어 통화를 하게 하는 장치. 전화통. (준말)전화.’

적어도 휴대전화에 관한 한 이 같은 ‘전화’의 사전적 의미는 통하지 않게 됐으며,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오가며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3세대 휴대전화는 이미 컴퓨터에 가까운 기능을 발휘하고 있다.

▽우리 아이 유치원에 도착했나?=자녀를 유치원에 보내 놓고 쉽사리 일을 손에 잡지 못하는 엄마들은 이제 ‘딩동’, 단문메시지(SMS)가 도착했다는 소리만 듣고도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됐다. LG텔레콤에서는 유치원 직원이 아이들의 출석을 부른 뒤, 유치원의 PC에 연결된 대량 SMS 발송기를 이용해 원아 부모의 휴대전화로 ‘길동이 잘 도착했습니다’와 같은 SMS를 보낼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전국 100여개 유치원에서 시험 운영중이며 올해 말까지 500개 유치원으로 확대할 계획.

▽난 휴대전화에 대고 노래 부른다=KTF의 ‘Fimm 노래방’을 이용하면 휴대전화가 노래방 기기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할 수 있다. ‘Fimm’에 접속한 뒤 원하는 곡을 다운로드해 재생하면 6만5000컬러 액정에 노래방 수준의 뮤직비디오가 재생된다. 40화음으로 나오는 반주 역시 볼륨만 다소 작았지, 노래방 수준. 휴대전화 메모리가 꽉 차 똑같은 곡을 두 번째 다운로드할 때는 별도의 정보이용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별의별 서비스가=SK텔레콤은 GPS로 가입자의 위치를 파악한 뒤, 고객의 위치별 역학정보가 반영된 ‘풍수지리 운세정보’를 지도와 함께 텍스트로 제공한다. 운세뿐 아니라 첫만남 생일 등 특정일을 지정해 기운이 좋은 장소와 피해야 할 장소, 현재 위치에서 모자라는 기운을 보충할 수 있는 메뉴를 판매하는 주변 음식점까지 안내한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종류는 줄잡아 2만여 건. 통신사들은 동영상 메일을 주고받을 수 있는 멀티미디어 메시징 서비스(MMS)를 서로 다른 가입자끼리 주고받을 수 있도록 최근 연동하기 시작했다. 6월부터는 통신 3사가 무선인터넷 표준을 ‘위피’로 통일, 그 동안 똑같은 콘텐츠를 통신사별 다른 표준으로 3개씩 만들어온 콘텐츠 제공업체(CP)들의 연구개발 시간이 단축되면서 무선인터넷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과 서비스도 더 풍부해질 것으로 보인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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