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D웹닥터 백수진씨 "인터넷 사이트 치료하는 의사"

  • 입력 2002년 11월 5일 18시 28분


‘웹닥터’ 백수진씨. “인터넷 사이트를 치료하면서 ‘의사’로서 보람을 느낍니다.”-나성엽기자
‘웹닥터’ 백수진씨. “인터넷 사이트를 치료하면서 ‘의사’로서 보람을 느낍니다.”-나성엽기자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발하고 관리해주는 웹에이전시 FID의 고객경험(CX)팀 백수진 주임연구원(28)은 ‘의사’다. 그가 치료하는 대상은 사람이 아닌 인터넷 사이트. 그는 그래서 종종 ‘웹닥터’로 불린다.

‘아프거나’ ‘상태가 안 좋은 ’ 인터넷 사이트가 그의 치료 대상. 최근 생활용품 제조업체 L사는 화장품 판매 사이트를 개설해 대대적으로 광고를 했다. 그러나 회원 가입 수는 겨우 2만여명. 고민 끝에 L사는 CX팀을 찾아 ‘치료’를 부탁했다.

백 주임은 먼저 이 사이트의 주요 대상 고객으로 분류되는 실험 대상자를 선정했다. ‘테스트 명단’에 등록돼 있는 고객 중 20대 초중반의 미혼여성 6명을 불러 ‘테스팅 룸’의 PC 앞에 앉게 했다.

PC에 L사의 인터넷 사이트를 띄워놓고 여성들에게 제품 정보를 검색하고 직접 구매하도록 했다. 방 모서리마다 배치된 디지털 비디오카메라는 그들의 동작 하나하나를 녹화하기 시작했다. ‘아이(eye) 트레킹 시스템’은 그들의 눈동자 움직임을 수시로 포착해 모니터에서 두 눈 초점의 좌표값을 뱉어냈다. ‘마우스 트레킹’ 프로그램은 그들이 마우스를 클릭하는 횟수와 위치를 기록했다.

이렇게 파악된 L사 사이트의 문제점은 인체공학적이지 못한 불편한 내용물의 배치와 사람이 소화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내용을 화면마다 보여주는 것.

백 주임은 레고블록처럼 생긴 나무도막에다가 ‘회사 소개’ ‘제품 소개’ ‘구매’ 등 메뉴를 적은 뒤 피실험자들에게 “메뉴들을 편한 대로 배치해 보라”고 주문했다.

실험 결과 값과 피실험자들의 ‘희망사항’을 종합해 FID는 새로운 홈페이지를 제작했다. L사의 새 홈페이지는 문을 연 지 얼마 안 돼 회원수가 10만명으로 늘었고 실적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과거 인터넷 홈페이지를 제작할 때는 몇몇 인기 있는 형식에 따라 내용물을 배치했다. 그러나 최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편안한 웹서핑’을 제공하기 위해 전문가의 손길이 닿기 시작했다.

백 주임은 미국 조지워싱턴대에서 경영정보시스템(MIS) 석사를 받은 정보설계 전문가. 그는 “사람의 의식 흐름과 정보의 흐름이 같은 방향으로 정해져 있을 때 더 편안하고 효율적인 인터넷 검색과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아직도 많은 인터넷 사이트들이 한 화면에서 많은 정보를 보여주는 데만 급급하고 있어 네티즌들을 피곤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그동안 100여 개 업체의 인터넷 사이트를 치료한 그는 “치료받은 사이트들이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을 보며 ‘의사’로서 보람을 느낀다”고 웃었다.나성엽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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