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온라인게임사이트, 미성년회원 손쉬운 전화결제 제동

  • 입력 2002년 7월 24일 17시 36분



주부 이미숙씨(45·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22일 전화요금 고지서를 받고 깜짝 놀랐다. 평소 2만∼3만원씩 나오던 전화요금이 15만원이 넘게 부과됐기 때문. 이씨는 초등학교 3학년 아들이 온라인 게임사이트인 A사에서 사이버상의 분신인 아바타에 새 옷을 입혀주기 위해 13만원을 썼다는 사실을 알고 어이가 없었다.

이씨는 “게임사에 항의를 해봤지만 게임사로부터 ‘전화로 결제할 때 부모님 확인을 받으라’는 메시지를 띄웠기 때문에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소리만 들었다”며 “애들을 대상으로 한 얄팍한 상술(商術)이 괘씸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김유씨(48·서울 도봉구 방학동)는 더 황당한 경험을 했다. 이번 달에 정보이용료 8만8000원을 물게 된 김씨는 B게임사이트에 확인한 결과, 초등학생 자녀가 허위로 등록한 주민등록번호로도 아무 문제없이 정보를 이용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용자의 생년월일은 본인, 주민등록번호 뒷자리는 둘째아들, 이름은 김씨의 남편으로 각각 다르게 등록돼 있었던 것.

김씨는 항의 끝에 해당업체로부터 실명(實名)확인 작업에 실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받고 정보이용료의 30%만 지불하게 됐지만 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그는 “세상물정도 모르는 초등학생이 10여만원의 돈을 쓰도록 방치하는 것도 문제지만 현금이 오가는 거래에 실명확인조차 제대로 거치지 않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성년 자녀들의 인터넷 게임사이트 이용이 늘면서 부모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전화요금보다 몇 곱절이나 많은 정보이용료를 추가로 물어야 하는 사례가 잦아졌기 때문.

정보이용료란 게임사이트 등 온라인업체들이 인터넷 상에서 이용자의 인적사항을 입력하기만 하면 이용료가 다음달 유선 전화요금에 합산돼 정산되는 방식. 요금을 물리는 과금(課金) 체계가 확실하고 편리해 인터넷 업체들에 보편화돼 있다.

▽“부모 동의 없이 미성년자가 결제한 돈은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앞으로 김씨와 이씨의 경우처럼 미성년자가 부모 동의 없이 결제한 금액은 책임지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보통신부 산하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는 23일 “앞으로 부모 동의 없이 미성년자를 회원으로 가입시킨 온라인 게임사는 이용 요금을 받을 수 없다”는 조정결정을 내렸다. 현행법상 14세 미만의 아동이 인터넷 사이트에 회원 등록할 때는 물론 현금결제와 같은 거래행위에는 반드시 부모의 동의를 받게 돼 있는데 이를 지키지 않으면 계약이 성사되지 않는다는 것.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 이준범 팀장은 “실제로 이와 비슷한 상담 건수가 올들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면서 “업자들이 부모로부터 동의를 얻는 데 좀 더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조정위의 이번 결정에 대해 인터넷 업체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결정이라며 따를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사이트 상에 부모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있는데 자녀들이 임의대로 클릭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그 책임을 온라인업체에만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막을 수 있나〓전문가들은 자녀들의 무분별한 게임사이트 접속을 막기 위해 자녀들에 대한 부모의 사전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미 온라인게임이 미성년자 사이에 널리 확산된 만큼 아예 이용하지 못하도록 금지시키는 것은 오히려 더 큰 부작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

박준수 분쟁조정위원장은 “온라인 업체의 부당한 정보이용료 청구에 대해서는 개인정보침해신고센터(국번없이 1336·지방은 지역번호 02)에 상담 및 조정을 의뢰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김창원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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