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주말 산행' 한발한발 건강 다져요

  • 입력 2002년 3월 3일 17시 18분


서울 관악산 정상에서 등반객들이 '야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 관악산 정상에서
등반객들이 '야호'를 외치고 있다
《‘상춘상춘상춘산(上春賞春上春山·초봄, 봄기운에 젖으려 봄산을 찾네)’. 옛 무명시인이 봄산에 올라 읊었다던가.

둔덕 등성이 골짝마다 새순이 트고, 기슭기슭엔 눈녹은 물이 녹아 흐르는 소리, 주말 봄산에 요산인(樂山人)들이 몰려들고 있다. 서울의 북한산, 청계산에도, 멀리 대구의 팔공산, 광주 무등산에도 사람들은 가쁜 숨 몰아쉬며 저마다의 길을 잡아 오르고 있는 것이다. 산을 찾는 것은 단지 산이 거기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산은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참 많은 것을 선사한다. 그중 가장 값진 것이 바로 건강이다.》

체중 60∼70㎏인 성인이 2∼3시간 야트막한 산을 오르내리면 600∼800㎈의 열량을 소모할 수 있다. 이는 1시간 동안 쉬지 않고 조깅할 때의 소모 열량과 엇비슷하다. 뱃살 빼기에 그만인 것. 등산을 하면 다리 근력도 강화된다.

그러나 평일에는 운동과 담을 쌓다가 주말에만 등산하는 것은 건강 효과 면에서는 ‘별로’이다. 주말에만 등산하면 아무런 운동을 안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만 주중의 6일 동안 등산 때 강화된 근력이 물렁살로 변하기 십상이다.

또 등산 때 힘겹게 뺀 지방의 대부분도 벌충되기 마련이다. 심폐 기능을 강화하고 뱃속 지방을 빼서 평소 ‘건강한 심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1주 3회 이상 땀을 흘리며 운동해야 한다.

따라서 매주 3회 이상 등산하는 것이 좋고 이것이 불가능하면 2회 이상 달리기 빨리걷기 계단오르기 등의 운동을 하면서 등산하도록 한다. 이때의 주말등산은 더없이 좋은 다이어트법, 성인병 예방법이다.

게다가 등산 때 나무의 싱그러운 냄새와 개울물 녹는 소리를 음미하면서 걸으면 스트레스가 사라지기 마련.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라는 물질이 사람의 면역체계를 강화한다는 주장도 있다.

등산은 준비한 만큼 효과를 본다. 발에 물집이 잘 생기는 사람은 집에서 신발 바닥에 파우더를 뿌리고 양말 바닥이나 등산화 안쪽에 비누를 문질러 놓으면 신발과 발의 마찰이 줄어 들어 물집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배낭에는 따뜻한 물이 담긴 보온병과 과일 등을 넣도록 한다. 등산 할 때 땀을 많이 흘리면 체온이 내려갈 뿐 아니라 땀과 함께 칼슘 마그네슘 등이 빠져나가 근육이 피로해지며 이 때문에 다리에 쥐가 날 수 있으므로 수시로 수분을 보충해 준다.

등산 전후에는 발목 무릎 허리 등을 충분히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하고 오르막에서는 발뒤꿈치 발바닥 앞꿈치 순으로 닿게, 내리막에선 발중앙과 발뒤꿈치가 동시에 닿는 느낌으로 걷는다. 한방(韓方)에서는 길에 있는 돌부리의 모서리를 밟으면서 오르내리면 힘도 덜 들고 발바닥 가운데 움푹 파인 용천혈(湧泉穴)을 자극받아 체력이 강화된다고 설명한다.

등산 역시 무리하면 ‘과유불급(過猶不及)’. 특히 초보자는 돌아올 길을 생각하며 산을 천천히 올라야 한다. 보통은 10∼15분 산행 뒤 1∼2분 쉬다가 산길이 익숙해지면 20∼30분 정도 걷고 2∼3분 쉬도록 한다. 초보자는 동행자를 잘 골라야 하는데 지나치게 빨리 가는 사람을 따라가면 ‘황새 따라가는 뱁새’가 돼 몸에 무리가 오거나 다치기 쉽다.

자신이 등산 ‘왕초보’이거나 초보수준에 머물러있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은 산행시간이 3, 4시간을 넘지않는 산행코스를 택하는 것이 좋다.

등산을 즐기는 사람 중에 정강이뼈가 금이 간 줄 모르고 근육통이라고 여기다가 악화되는 경우가 있는데 근육통은 다리 전체가 아픈 반면 뼈가 상하면 특정 부위만 아프다. 이 경우 또는 차렷자세 때 손이 닿는 곳에 있는 엉덩관절 또는 무릎관절이 계속 아프면 병원을 찾아가야 한다.

특히 등산 뒤에 과음하면 열심히 운동한 것이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등산 뒤 인체는 피로를 회복하기 위해 혈액을 빨리 순환시킨다. 알코올의 흡수 및 분해도 왕성해져 술을 마셔도 처음에는 덜 취하고 이 때문에 과음하기 십상이다.

그러나 등산 중 이미 탈수(脫水)가 유발된 상태이기 때문에 과음은 냉각수 없는 엔진을 과열시키는 격이 된다. 또 과음은 과식을 유발해서 힘들게 뺀 뱃살을 금세 찌우게 만든다.

등산 뒤 일행과 헤어지기 아쉽다면 하산길 부근 대중목욕탕에서 피로를 푸는 것이 좋다.

(도움말〓성균관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스포츠의학과 박원하 교수)

이성주기자 stein3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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