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학]식욕조절 호르몬 찾았다

  • 입력 2002년 2월 19일 18시 11분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이 처음으로 발견돼 이를 이용한 비만과 식욕부진 치료제 개발이 한창이다.

그렐린(Ghrelin)이라고 명명된 이 호르몬은 99년 일본 국립심혈관연구소 겐지 강가와 박사가 처음 발견한 이래 지금까지 전세계에서 100편 이상 관련 논문이 쏟아져 나왔을 만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8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그렐린은 처음에는 성장촉진호르몬으로 생각되기도 했으나, 위에서 생산돼 혈액을 통해 뇌로 전달돼 배고픔을 느끼게 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최근 런던 해머스미스 병원 스티븐 블룸 박사팀은 9명의 자원자를 대상으로 그렐린과 식염수를 번갈아 주사하고 식욕의 차이를 조사했다. 그 결과 그렐린을 주사할 때 식사량이 30%나 늘었다.

이에 앞서 미국 시애틀 워싱턴대학 데이빗 커밍스 교수팀은 실험대상자 10명의 혈중 그렐린 농도를 24시간 감시한 결과 식사 직전에는 그렐린의 농도가 평소보다 평균 78% 상승하고 식후에 감소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커밍스 교수는 ”매일 리츠 크래커 하나씩만 먹어도 1년이면 1파운드(450g)씩 살이 찌는 데, 매일 30%씩 더 먹으면 얼마나 살이 찌겠는지 상상해보라”고 말했다.

현재 일본 과학자들은 수술, 에이즈, 암, 심장병으로 식욕이 크게 떨어진 환자에게 그렐린을 투여해 생존율을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또한 과학자들은 위에서 그렐린이 적게 분비되도록 하는 약을 찾을 경우 수십억 달러의 시장 잠재력을 가진 비만 억제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