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선거운동 法 허점 틈타 기승

  • 입력 2002년 2월 18일 18시 06분


6월의 지방선거와 12월의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온라인상에서의 사전 선거운동이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마땅한 법규가 없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0, 30대 유권자의 60%가 네티즌이라는 현실을 감안할 때 온라인상의 선거운동이 후보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방법이라 선거가 가까워질수록 더욱 활개를 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 홍보 메일 급증〓회사원 박모씨(32)는 18일 4명의 대선 예비후보들로부터 각각 정치 홍보 메일을 받았다. 주로 새해인사와 활동계획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들이다.

박씨는 “정치인이 유권자에게 종이편지를 보내는 것은 법으로 금지하면서 스팸메일과 다를 바 없는 온라인상의 홍보 메일을 보내는 것에 대해서는 규제하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 대선 예비후보측 관계자는 “유권자의 연령과 성별을 구분해 매주 7000여통의 홍보 메일을 보내고 있다”며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 발송량이 100만통 가까이로 늘어날 것”이라고 털어놨다.

▽게시판을 통한 비방과 지지 난무〓후보자들의 홈페이지와 각종 관련 사이트 게시판에는 ‘○○○를 청와대로 보내면 각종 게이트는 없어진다’ ‘○○○는 한번 족보와 가문에 이름을 올리고 싶어 나온 사람’ 등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방하는 글들이 끊임없이 오르고 있다.

이는 ‘선거운동기간 이전에는 특정 후보의 당선을 목적으로 지지나 비방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 현행 선거법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는 것.

그러나 인터넷 게시판에 지지나 비방의 글을 올린 사람을 일일이 찾아 처벌하기 어려운 기술적인 한계로 방치되고 있다.

▽포털사이트 배너광고와 관련기사 봇물〓대선 예비후보인 A씨는 대형 포털사이트에 ‘후원금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싣고 있고 B씨는 한 인터넷 사이트에 ‘후원전화를 해달라’는 광고를 하고 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이런 광고는 명백히 사전선거운동에 해당된다”며 “올 1월부터 10여명의 전문검색사를 고용해 사이버단속반을 별도로 구성, 운영하고 있지만 수시로 생기는 배너광고 등을 모두 적발하기에는 솔직히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선거법 유권해석 시급▼

▽규제 법규 미비 및 대책〓현행 선거법에 인터넷 사전 선거운동을 명시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조항이 없으며 정치 홍보 메일의 발송을 규제하는 법규도 없는 게 현실.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109조)은 선거 기간 중에 서신과 전보 등을 보내는 것만을 규제하고 개인용 컴퓨터에 의한 메일 보내기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또 스팸메일을 규제하고 있는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50조 1항)도 ‘영리목적’을 갖는 메일을 스팸메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 관련 메일은 영리가 목적이 아니라는 이유로 규제 대상에서 빠져 있다. 사이버 문화연구소 민경배(閔庚培) 소장은 “온라인상의 선거운동이 불법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선관위가 현재의 선거법을 유연하게 유권해석해 적용하거나 온라인시대에 맞게 시급히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이버 문화연구소 민경배(閔庚培) 소장은 “현 단계에서 온라인상의 사전 선거운동을 규제할 방법은 선관위의 유권해석밖에 없다”며 “하루빨리 불법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관련 법규를 마련해 적절히 대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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