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기술인력 어디 없나요” 지방-중소기업 ‘발동동’

  • 입력 2002년 2월 13일 18시 21분


청소년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은 산업 현장에서 전통 제조업의 기술인력 부족으로 나타난다. 청년 실업은 늘어나는데도 기업은 쓸 만한 인력을 찾지 못하는 ‘취업난 속의 구인난’이 벌어지는 것.

특히 지방기업이나 중소기업은 고급 기술인력 구하기가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한다. 기업들은 현재의 과학기술인력 수급 구조를 전형적인 ‘미스매치(mismatch)’ 현상이라고 말한다.

▽전통산업 기피〓부산 근처 공단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Y사. 품질을 인정받아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에 제품을 전량 수출한다. 그러나 최근 석박사 연구원을 모집했으나 구할 수 없었다.

거제도에 있는 대우조선 기술연구소는 최근 17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했다. 병역특례 4명 선발에는 70명이 지원했으나 일반 대졸사원 13명 모집에는 회사가 원하는 수준의 지원자가 적어 애를 먹었다. 이 회사는 최근 몇 년간 흑자를 많이 내 급여수준도 높은 편.

그러나 지방이라는 한계와 전통 제조업을 사양 산업으로 생각하는 인식 때문에 우수 인력의 지원이 줄어 고민이다.

산업자원부 산하 생산기술연구원의 최정길(崔正吉) 신소재개발본부장은 “중소기업의 기술인력난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말했다.

한국을 먹여살리는 부(富)는 자동차 조선 기계 등 전통산업에서 나오는데 젊은이들의 제조업 기피가 심해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의 연구인력이 없다〓구인난은 단순 기술직보다 기술개발을 담당할 핵심 연구인력이 더 심각하다. 선박 자동차 기계 등 완제품의 품질을 좌우하는 것은 부품 소재 분야.

그러나 부품 소재를 생산하는 중견 중소업체들의 기술력이 갈수록 뒤처진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부의 ‘2001년도 과학기술연구활동 조사보고’에 따르면 이공계 박사의 76.2%가 대학에 가고 민간기업에 가는 사람은 11.5%에 불과하다. 미국 유럽의 박사 인력 가운데 절반이 기업에 종사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복합기술 외면하는 대학교육〓대학 교육의 질도 큰 문제이다. 삼성전자는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현업 적응을 위해 3년 정도 별도로 교육해야 한다.

이 회사 안승준(安承準) 인사담당 상무는 “기업이 기초 교육훈련까지 떠안으면 산업생산성이 떨어진다”면서 “결국 경력 중심으로 뽑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산업현장에 필요한 복합기술을 대학교육이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전자산업과 통신이 결합되고, 조선산업에도 전기 전자 컴퓨터공학이 결합되는데 대학 교육은 여전히 학과 내 이론에 그치고 있다.

▽대학과 기업간 교류 절실〓안승준 상무는 “미국처럼 교수가 기업으로 가고, 기업연구자가 교수로 채용되는 등 활발한 산학교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병역특례를 석사 이상에서 이공계 학사로,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제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최정길 본부장은 “중소기업에 고급 기술인력을 끌어들이려면 기업 스스로의 환경개선과 복지향상 노력 외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처럼 해외유학자들을 산업현장에 끌어들이기 위해 지원책을 마련하거나 말레이시아처럼 기업이 필요한 인력을 직접 ‘주문생산’하는 방법 등도 대안으로 나오고 있다.

신연수기자 ysshin@donga.com

박정훈기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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