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동해 심층수는 자원 보고"…심해 200m 개발 본격화

  • 입력 2001년 12월 10일 19시 01분


동해바다에서 200m깊이의 바닷물을 끌어올리는 김현주 박사.
동해바다에서 200m깊이의 바닷물을 끌어올리는 김현주 박사.
동해 깊은 곳에서 맑은 바닷물을 긷는다.

수심 200m 깊이의 동해 바닷물을 퍼올려 식수와 난방, 양식 등 다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연구가 시작됐다. 해양수산부와 한국해양연구원의 김현주 박사팀은 최근 강원도 고성에 현장 실험실을 완성하고 ‘동해 심층수 개발 프로젝트’에 본격 착수했다.

해양부와 김 박사팀은 2005년까지 동해 속으로 3㎞에 달하는 대형 파이프 라인을 설치해 지하수를 뽑듯 바닷물을 퍼올릴 계획이다. 거대한 ‘바다 우물’을 마드는 셈이다.

연구팀이 주목하는 것은 심해 200m 깊이에 있는 바닷물인 ‘심층수’다.

이 깊이의 바닷물은 계절에 따라 온도가 변하는 수면과 달리 늘 2℃로 차갑게 유지된다. 천연 냉장고에 보관된 셈이다. 또 해양생물이 자라는데 필요한 무기염류가 풍부하며, 병원균이 거의 없다. 특히 동해는 대륙붕이 짧고 수심이 깊어 이같은 바닷물을 얻는데 유리하다. 해양학에서는 수심 1000m 깊이의 바닷물을 심층수라고 하지만, 해양자원학에서는 200m 이하의 물도 깨끗하고 영양이 많으며 차가운 성질을 갖고 있어 심층수라고 부른다.

연구팀의 가장 큰 목적은 깨끗한 식수를 얻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2004년부터 물부족국가로 분류되고, 올해도 봄, 가을은 물론 겨울에도 가뭄이 기승을 부리는 등 해가 갈수록 ‘식수난’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주 박사는 지난 7일 고성에서 열린 ‘심층수 심포지엄’에서 역삼투압이나 전기분해 방식을 이용해 심층수를 담수화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하며 “남은 과제는 소금 성분은 없애고 몸에 좋은 무기 염류는 남겨놓는 차별적인 담수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직 바닷물을 정화하는 비용이 상수도 비용보다 비싸지만, 2008년이 되면 바닷물 정화 비용이 내려가 둘의 차이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천연 에어컨 같은 심층수의 차가움을 이용하려는 연구도 활발하다. 심층수를 끌어올려 해안 건물에서 냉방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종류는 다르지만 미국 코넬대는 차가운 호숫물을 이용해 대학 건물을 냉방하고 있다.

물고기가 줄어 고민하는 동해 어부들의 주름살도 심층수가 펼 지 모른다. 김 박사는 “동해가 따뜻해지면서 차가운 한류에서 사는 물고기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며 “차가운 심층수에서 대구, 도루묵, 털게 등 한류성 어류를 기른 뒤 이들을 바다에 방류하면 동해의 수산 자원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일본이나 미국 등은 이미 심층수를 활발하게 이용하고 있다. 일본은 올해 심층수 시장이 무려 1조원을 넘는다. 심층수에서 뽑아낸 생수, 간장 등 각종 식품을 만들고 있고, 심층수를 데워 온천수로 이용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 들어온 당뇨병 환자용 심층수는 생수통 하나에 20만원이 넘는다. 단 아직 효능은 완벽하게 검증되지 않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미국도 최근 하와이의 자연에너지연구소에서 3㎞ 길이의 취수관을 완성해 심층수를 뽑고 있다.

<고성〓김상연동아사이언스기자>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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