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철새들은 왜 'V자 비행' 할까?

  • 입력 2001년 10월 22일 18시 52분


북반구에 겨울이 다가오면서 철새들의 여행준비가 한창인 요즘 철새의 장거리 여행 비결이 과학자들의 실험을 통해 밝혀졌다. 장거리 여행 중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는 연료인 지방을 몸에 가득 채우고, V자 편대비행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18일자 ‘네이처’에 발표된 두 편의 논문에서 밝혀졌다.

▽무거울수록 도요새 에너지 효율 높다〓스웨덴 룬트대학의 안데르스 크비시트 교수 연구팀은 시베리아에서 아프리카까지 4000㎞에 이르는 거리를 이동하는 붉은 가슴 도요새를 대상으로 몸무게와 운동 에너지의 상관관계에 대해 실험했다. 도요새는 장거리 이동을 준비할 때 몸무게가 거의 두 배가 된다.

그 결과 몸무게가 늘어난 만큼 비행에 힘이 더 들지 모른다는 우려가 깨끗이 불식됐다. 말하자면 도요새는 연료를 싣는데 추가 비용 부담이 없는 셈. 연구팀은 몸무게가 늘어난 만큼 에너지 효율성도 높아졌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18일자 ‘네이처’에 발표됐다.

실험은 몸무게가 서로 다른 도요새를 풍동실험장치에 넣고 6∼10시간 동안 같은 속도로 날도록 한 뒤 방사성동위원소로 혈액의 산소 및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해 에너지 대사량을 조사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함께 날수록 힘은 덜 들어〓철새들의 또 다른 전략은 V자 편대 비행. 실험 결과 홀로 날아가는 새들에 비해 에너지를 11∼14% 덜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의 앙리 위메르스커크 박사 연구팀은 모터보트와 초경량항공기를 따라가도록 훈련시킨 펠리컨들을 대상으로 심장박동수와 날갯짓의 횟수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혼자 나는 펠리컨보다 V자 대형을 지어 나는 펠리컨들이 날갯짓을 덜하고 심장박동수도 낮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경우 날갯짓을 하지 않고 상승기류만을 타는 활강비행시간도 더 길었다.

또한 V자 대형에서 뒤로 갈수록 날갯짓 횟수와 심장박동수가 낮았다. 이는 앞에 날아가는 새가 형성한 상승기류를 뒤를 따르는 새들이 이용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이영완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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