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은 무너져도 데이터 '안전'…미국 재해복구 시스템

  • 입력 2001년 9월 17일 18시 42분


참혹하게 붕괴된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WTC). 이곳에 입주한 350여개 기업의 수천명 직원들이 목숨을 잃었지만 입주 기업들이 보유한 각종 자료는 거의 대부분 건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산망 재해복구 시스템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해복구 시스템은 PC에 정보가 입력되는 순간 멀리 떨어져 있는 백업(back-up)센터에 같은 내용의 복사본을 저장해두는 것. 한국EMC의 이영권부장은 “재해복구 시스템의 목표는 기업의 전산실과 PC가 모두 파괴되더라도 단 한 비트(bit)의 데이터 손실없이 비즈니스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신속한 재해복구〓아메리카은행(BOA)와 올스테이트보험 등 세계무역센터 입주사들은 테러 발생 하루만에 비상사무실을 열고 정상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모든 거래정보를 원격지 백업센터에 따로 저장해두었기 때문. 2개 대리점이 피해를 본 올스테이트보험도 가입자 자료를 롱아일랜드에 있는 지역 데이터센터에 따로 저장해 자료 손상을 피했다. 모건스탠리는 피해건물에만 직원 3700여명의 일하고 있었지만 재해복구 시스템 덕분에 어떤 고객정보나 거래정보도 손실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재해복구 서비스 전문업체인 선가드의 CEO 짐 시몬스는 “전자적으로 백업자료를 만들어 기업 내부나 외부에 보관하는 일은 미국 기업에게는 관행이나 다름없다”고 밝혔다.

▽전문업체의 지원 활동〓세계적인 백업시스템 공급업체인 EMC는 테러 발생직후부터 매사추세츠주 홉킨턴 본사에 비상고객지원센터를 24시간 가동중이다. 뉴욕과 가까운 뉴저지주에는 백업서비스를 위한 비상 데이터센터도 열었다.

세계무역센터 건물과 인근 건물에 35개 고객사를 보유한 정보시스템 재해복구 전문업체 콤디스코는 테러직후 13개 지역의 백업센터를 가동해 복구작업에 나서고 있다.

14개 고객사에서 재해가 발생한 선가드사도 전세계 26개 백업센터를 가동중이다. 이밖에 컨설팅업체인 EDS와 IBM 선마이크로시스템즈 HP같은 하드웨어 업체들도 복구작업에 나서고 있다.

▽국내 도입상황〓국내 재해복구 시스템의 원조는 행정전산망. 77년 11월 이리역 폭발화재가 발생하자 박정희 당시 대통령은 ‘행정자료의 전자적 백업’을 지시했고 이에따라 행정전산망시스템 개발이 시작됐다.

최근에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재해복구 시스템 도입이 활발하다.

증권거래소는 내년 1월 가동을 목표로 경기도 분당에, 한국은행도 충남 대전에 각각 백업센터 구축작업을 벌이고 있다. 일반은행의 경우 신한은행이 자체 백업센터를 보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은행들은 현대정보기술이나 삼성SDS LG-EDS 등의 데이터센터를 백업센터로 빌려 쓰고 있다. 증권사의 백업센터는 현재 신영증권이 가동하고 있고, 삼성증권과 동양증권 대신증권 정도만이 구축작업을 진행중이어서 백업센터가 없는 곳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

국내 최대의 통신사업자인 한국통신은 교환국사 및 교환기 파괴에 대비해 우회 통신로를 확보하고 있으며 인터넷데이터센터(IDC)에 대해서도 재해복구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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