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혁신, 기업을 살린다-上]물류회사가 IT 기업으로

  • 입력 2001년 8월 20일 19시 05분


<<‘e비즈니스’란 ‘날개’를 단 기업들이 창공을 날고 있다. 거대한 잠재력을 지닌 이들은 높이 치솟아 벌써 수많은 열매를 따는 한편 미래를 향한 눈을 가다듬고 있다. 인터넷과 정보기술(IT)이 기존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체에 ‘혁명적인’ 변신을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이들 기업은 겉모습과 시스템이 바뀌고 있음은 물론 핵심가치를 구성하는 ‘DNA’까지 변화하고 있다.

‘e-DNA’로 무장한 선진 업체들의 변모 상황을 미국 영국 네덜란드 등 현지 취재를 통해 시리즈로 소개한다.>>

전화가 없던 94년 전. 당시 갓 창업한 ‘UPS’(United Parcel Service)의 서비스는 고객들이 주고받는 개인메시지를 10대 배달부들이 발로 뛰면서 전해주는 게 전부였다. 가까운 주소지로 가는 소화물을 함께 묶어 한 차량으로 보내는 일괄배달 시스템이 도입된 것은 이로부터 10년 뒤. 1988년에는 항공편을 이용한 신속한 국제운송이 늘어나자 자체 비행기를 운행하는 항공사로 거듭난다.

▼ 글 싣는 순서▼
<상>물류회사가 IT기업으로
<중>기업이 작아진다
<하>재래시장이 사라진다

연간 35억개의 소포와 서류를 배달하는 세계 최대의 소화물 운송회사인 UPS는 요즘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인터넷의 대중화 시대를 맞아 전자상거래를 선도하는 종합물류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포부.

‘FedEX’는 소화물운송 시장에서 UPS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꼽히는 기업. 1973년 특급우편 서비스로 시작한 후발주자지만 640대의 자사 비행기를 이용한 세계 최대의 글로벌 항공네트워크로 항공특송 시장에서만큼은 UPS를 앞질렀다. 매일 210개국에서 330만건의 화물을 정해진 시간에 배달하는 이 회사의 최대 관심사 역시 e비즈니스 기업으로의 변신. 변화하는 시장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고객의 요구에 맞는 서비스를 끊임없이 개발하는 것이 절대적이란 믿음에서다.

▼관련기사▼
- 전자상거래 사회간접자본부터 갖춰야

▽물류기업이 변한다〓“물건을 더욱 잘 배달하려면 정보기술(IT)분야 기술 및 사업에 대한 연구 개발은 필수적이다.”UPS 국제마케팅 그룹 람지 만수르 이사는 지난 10년간 UPS가 전자상거래 분야 기술개발을 위해 투자한 금액이 110억달러나 된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UPS는 전통적인 물류기업에서 첨단 전자상거래 솔루션을 다수 보유한 IT기업으로 탈바꿈해가고 있다는 것. 만수르 이사는 “전자상거래 도구를 지속적으로 개발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하는 것 외에 고객들의 이탈을 막고 고객들에게 이익을 돌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UPS 본사 근처에 자리잡은 ‘UPS 이노플렉스’는 IT분야 기술개발을 담당하는 곳. 4000여명의 기술진이 전자상거래 시대의 토털물류 서비스를 위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시스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이에 힘입어 UPS는 46개국 13만5000여곳을 컴퓨터통신망으로 연결해 배송화물의 위치와 서명자를 추적하는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전자상거래 기법은 나이키 IBM 바이엘 레고 등 고객사들에도 제공돼 공급망 관리 및 물류 서비스를 지원한다. UPS는 또 전자상거래의 활성화에 대비해 온라인결제 서비스까지 선보였다.

FedEX는 중소 기업들을 대상으로 온라인쇼핑몰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시작해 웹에이전시의 영역에도 도전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는 FedEX의 물류서비스가 통합돼 중소기업들은 저렴한 비용에 전자상거래를 도입할 수 있게 된다.

▽고객이 필요로 하는 것을 먼저 찾아라〓‘FedEX 솔루션’의 토마스 슈미트 부사장은 “철저한 고객만족을 위해서는 고객의 요구를 먼저 찾아내야 한다”며 “가장 저렴하고 신뢰할 수 있는 물류서비스를 위해 고객을 파악하는 것은 기본”이라고 말한다. 슈미트 부사장은 최근 심장수술 전문 병원들이 매번 다른 병원에서 심장박동기를 옮겨오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에 착안,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고객사 병원들의 수술일정을 전산화함으로써 수술전날 밤에야 허겁지겁 도착하던 심장박동기를 늦어도 수술 하루 전에 필요한 곳으로 운반할 수 있게 한 것.

FedEX는 인터넷 쇼핑객들이 배달이 늦더라도 배송요금이 싼 서비스를 선호한다는 점을 발견하고 이 같은 서비스를 도입했다. 또 무선 조회 서비스를 도입해 PDA 같은 무선기기로도 물건의 배송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FedEX 글로벌마케팅’의 카렌 로저스 부사장은 “무선조회 서비스를 통해 비용절감은 물론 생산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UPS도 운송사업의 목표를 고객만족에 두고 있다. 고객의 요구사항은 회사발전의 지속적인 원동력이라는 판단에서다. FedEX의 경우 온라인과 오프라인 수단을 활용한 고객관리의 중요성을 간파해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분야의 고객관계관리(CRM) 기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물류는 경쟁의 무기〓인터넷 상거래가 활성화함에 따라 물류망은 더욱 복잡해졌고 신속하고 정확한 물류망 보유여부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요소로 떠올랐다. 물류회사들은 이에 힘입어 비용을 줄이고 고객들의 이탈을 막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업의 체질과 사업영역까지 변화시키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고 있다.

전자기기 제조사인 ‘어스튜트’는 자사의 웹사이트에 UPS의 배송조회 시스템을 연계함으로써 경영효율을 크게 높였다. UPS의 조회시스템을 통해 인터넷상에서 부품 입고 상황을 파악하고 고객들에게는 제품이 어디까지 배달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게 한 것. 이에 따라 주문제품 배달에 대한 문의전화가 크게 준 반면 고객들의 웹사이트 접속은 늘어나 비용을 줄이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를 봤다. PC제조사 델이 신속한 물류서비스로 정상의 PC브랜드로 도약한 것은 물류시스템이 경쟁의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 미국의 인터넷 서점 아마존은 주문 서적을 FedEX서비스로 배달해 고객 만족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애틀랜타·멤피스〓김태한기자>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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