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학]난치병 치료의 열쇠 줄기 세포

  • 입력 2001년 8월 19일 18시 32분


미래에는 대머리나 흰머리 때문에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모낭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머리카락을 다시 자라게 할 수 있다.
미래에는 대머리나 흰머리 때문에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 모낭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머리카락을 다시 자라게 할 수 있다.
◇난치병 치료의 열쇠 줄기세포

‘현재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영화 슈퍼맨의 주인공인 크리스토프 리브가 10년 뒤엔 정상인이 돼 영화계에 복귀할 것이다. 또 치매 파킨슨병 당뇨병 심장병 등을 정복할 날이 멀지 않았다.’

미국의 의학계는 줄기세포(Stem Cell)가 조만간 이같은 ‘꿈의 의료시대’를 열 것이라고 들떠 있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일 인간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연방 정부의 예산을 제한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힌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지만 워싱턴 정가에서는 줄기세포에 대한 관심이 식지 않고 있다. 또 주식시장에서는 지론, 아스트롬, 스템셀스, 셀렉트 세러퓨럭스 등 줄기세포 연구기업의 주가가 폭등했고 5∼10년 안에 이 분야의 산업 규모가 500억 달러(약 65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과학기술부 등이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아직 줄기세포가 중요한 만큼 일반 시민의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고장난 신체 일부만 새 것으로 바꾼다

▽‘만능(萬能)세포’〓사람에게 있는 60조∼100조개의 세포는 모두 똑같은 유전자 구조를 갖고 있다. 그러나 세포마다 실제로 기능하는 유전자는 달라 뼈세포, 혈액세포, 심장세포 등 모양과 기능 등이 다른 210여 가지 세포로 분화된다.

그런데 난자와 정자가 합쳐져 수정란이 생긴지 5∼6일 뒤에 나타나는 세포들은 아직 유전자의 어떤 부분이 기능할지 정해지지 않아 온갖 세포로 바뀔 수 있다. 이 것이 바로 배아 줄기세포인데 만능세포로도 불린다. 이미 분화된 세포들은 병든 조직에 이식하면 곧바로 죽지만 배아 줄기세포를 이식하면 주변 환경에 따라 필요한 세포들로 분화되기 때문에 치료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98년 배아 줄기세포를 처음 분리한 미국 위스콘신대 제임스 톰슨 박사는 “이론상 줄기세포를 하나의 장기로도 만들 수 있지만 원체 복잡한 작업이기 때문에 병든 기관을 건강한 세포로 땜질해 수리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밝혔다.

배아 줄기세포는 △불임시술 뒤 남은 냉동배아 △유산된 태아 △복제인간을 만드는 전 단계인 복제배아 등에서 얻을 수 있다. 부시 미국대통령은 ‘절묘한 선택’을 했다. 모든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연방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얻은 줄기세포주(줄기세포를 죽지 않고 계속 분열하도록 만든 것)의 연구에만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로써 새 생명을 조작하지 않도록 해 윤리성 시비에서 벗어나면서도 수많은 환자들을 살릴 줄기세포 연구를 지원할 길을 마련했다.

▽‘다능(多能)세포’가 만능세포일 수도 있다〓최근 과학자들은 백혈구 적혈구 등을 만드는 조혈모세포나 피부의 각종 세포로 분화되는 피부 줄기세포 등 특정 세포만 만드는 줄기세포가 몸 곳곳에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를 배아 줄기세포와 구분해 성체(成體) 줄기세포, 다능세포라고 부른다.

최근 2∼3년 동안 다능세포도 배아 줄기세포와 마찬가지로 다른 장기의 세포를 만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와 과학자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1998년 조혈모세포가 근육세포로 바뀔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으며 지난해엔 간(肝) 세포로 분화되기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쥐의 뼛속에서 근육 지방 힘줄 인대 연골 등을 만드는 줄기세포를 분리해 뇌에 이식하자 신경세포로 바뀌었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나왔다.

성체 줄기세포는 이식할 경우 면역거부 반응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 배아 줄기세포처럼 병든 조직을 신속히 대체할 수 있는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국내에서는 서울대 수의대 강경선 교수가 사람 유방 줄기세포의 존재를 확인했고 연세대의대 소아과 박국인 교수 등은 신경 줄기세포의 연구에 전념하고 있다. 또 고려대 안암병원 내과 임도선 교수는 심장줄기세포를 이식해 훼손된 심장을 살리는 동물실험에 성공했다.

▽꿈의 의료시대는 언제?〓줄기세포를 실제로 치료 목적에 이용하려면 줄기세포를 분리한 다음 일정기간 동안 분화하지 않는 상태로 유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또 필요한 때 특정한 기능을 하는 세포로 바꾸려면 해당 유전자만 활성화하도록 특정한 단백질과 효소를 통해 조작해야 한다. 이 과정은 유전체 및 단백질 연구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원장이었던 해럴드 바머스 박사는 “이 과정이 원활히 이뤄지려면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과학계에선 줄기세포 이식에 앞서 줄기세포 연구를 통해 특정 세포의 분화 과정을 알게 돼 암이나 선천성 질환의 치료를 앞당기게 되며 다양한 종류의 인간 세포를 배양함으로써 신약 개발에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도움말〓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 내과 민유홍교수)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

◇골수이식=줄기세포 이식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조만간 줄기세포를 의학적으로 대폭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현재도 줄기세포를 이식해 병을 치료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수 이식으로 알려진 조혈모(造血母)세포 이식이 그 것이다.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피톨을 만드는 성체 줄기세포인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백혈병 환자를 치료하는 방법은 1972년 미국 프레드허친슨 암센터의 도널 토마스 박사가 처음 성공했으며 그는 이 공로로 80년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조혈모세포의 이식 과정을 알면 다른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가 어떠한 방식으로 이뤄질지 윤곽을 알 수 있다.

조혈모세포가 미성숙한 채로 늘어나고 피톨을 만들지 못하는 혈액암인 백혈병 환자에게는 2주 정도 항암제 2, 3가지와 방사선을 투여해 암 세포의 씨를 말리면서 박테리아 바이러스 등을 죽이는 약물을 투여한 다음 정상인에게서 기증받은 골수를 백혈구 성장 촉진인자와 함께 혈관에 이식한다.

조혈모세포는 ‘귀소 본능’이 있어 이틀 동안 혈관 속을 돌아다니다 뼛속에서 피톨을 만들기 가장 적합한 환경을 찾아 둥지를 튼다. 이후 2∼4주가 지나야 피톨을 제대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이 때까지는 수혈을 받아야 한다.

환자의 면역세포가 공여자의 피를 ‘적’으로 인식해 공격하거나 공여자 피의 면역세포가 환자의 장기나 조직을 공격할 수 있기 때문에 형제에게서 골수를 기증받은 경우 평균 6개월, 가족이 아닌 제3자에게서 받은 경우 9∼12개월 면역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은 환자는 면역적으로 신생아의 상태가 되므로 예방접종을 처음부터 다시 받아야 한다.환자가 혈액형이 다른 사람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은 경우 혈액형이 바뀐다. 한편 조혈모세포를 이식받는 과정에서 여성은 난소가 파괴돼 여성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으므로 조혈모세포 이식 후의 환자는 뼈엉성증(골다공증), 성기 미성숙 등을 예방하기 위해 호르몬제제를 투여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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