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대교 최대의 적 '바람'…초속 20m 이상땐 차량통제

  • 입력 2000년 11월 8일 18시 58분


국내에서 가장 긴 사장교인 서해대교와 세계 최초의 3차원 케이블 현수교인 영종대교가 완성돼 긴 다리의 시대가 본격 개막된다.

10일 아산만을 가로지르게 될 서해대교(길이 7.3㎞) 개통에 이어 이 달 말에는 영종도 신공항과 육지가 영종대교(4.4㎞)로 연결된다. 또 2002년에는 부산 앞 바다에 광안대교(7.4㎞)가 완공되고, 삼천포대교(3.4㎞)도 개통된다.

이들 다리는 모두 항구 앞 바다에 세워지기 때문에 다리 밑으로 대형 선박들이 지나다녀야 한다. 이 때문에 모든 다리가 교각 사이의 경간을 길게 할 수 있는 현수교나 사장교로 설계됐다.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
순위다리교각 사이의 경간나라완공연도
1아카시-가이쿄1991m일본1998
2그레이트 벨트 이스트1624m덴마크1998
3험버1410m영국1981
?광안대교500m한국2002

세계에서 가장 긴 사장교
순위다리교각 사이의 경간나라완공연도
1타타라890m일본1999
2노르망디856m프랑스1995
3난징제2교628m중국2001
18서해대교470m한국2000

현수교나 사장교처럼 긴 다리는 ‘토목공학의 꽃’. 그만큼 건설이 힘들고 온갖 첨단기술이 동원되기 때문이다.

현수교와 사장교는 상판이 교각 위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두개의 기둥과 연결된 케이블에 의해 공중에 매달려 있기 때문에 바람에 취약하다. 이 때문에 국내 토목공학자들도 이 다리들이 태풍에 견딜 수 있도록 하는데 온신경을 집중했다.

서해대교의 경우 초속 65m의 강풍에도 100년 동안 견디게 설계됐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는 바람이 초속 15m가 넘으면 차량의 속도를 낮추도록 주의를 시키고, 초속 20m 이상일 때는 차량의 통행을 제한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서해대교 곳곳에 100개에 이르는 처짐계, 응력계, 지진계, 풍향풍속계, 경사계 등 첨단 센서를 설치했다.

한국도로공사의 구조 전문가인 박찬민 박사는 “서해대교는 육지보다 바람에 거센 바다 위에, 그것도 건물 20층 높이(65m)에 도로가 설치되기 때문에 바람에 견디도록 설계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한다.

보통 바다는 육지보다 풍속이 20% 빠르다. 더구나 20층 높이에서는 해수면보다 50%나 빠른 바람이 분다. 바람이 다리에 가하는 풍압은 풍속의 제곱에 비례한다. 따라서 서해대교는 육지의 다리보다 3배나 강한 풍압에 시달리게 된다. 서해대교는 지난해 공사 중 초속 26m의 태풍 올가의 영향으로 길이 60m의 가설 트러스가 50m 아래로 추락하는 대형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그동안 도로공사는 서해대교가 풍압에 견디고 구조물에 치명적인 소용돌이 바람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풍동실험을 거듭했다.

97년 도로공사가 미국 존스 홉킨스대 로버튼 스칸란 교수에 의뢰해 모형으로 풍동실험을 한 결과에 따르면 초속 38m의 강한 폭풍이 불면 서해대교 사장교 구간의 상판은 34㎝ 가량 위 아래로 흔들릴 것으로 예측됐다.

사람은 0.1㎝의 진동도 느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판이 이렇게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는 정상 운전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특히 부산의 광안대교는 만이 아니라 외해에 건설되고, 태풍이 자주 통과하는 곳에 건설되고 있어 부산시가 태풍 대책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에서는 1940년 당시 세계 세 번째로 긴 현수교인 타코마 브리지가 초속 20m의 약한 폭풍에 무너져 내려 세계를 경악케 했다. 붕괴 이유는 다리의 고유진동수와 똑같은 진동수로 바람이 주기적으로 불면서 공진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공진 현상이 발생하면 다리가 흔들리는 진폭이 커져 외부 압력을 지탱하지 못하게 된다.

또 뉴욕시의 브롱스―화이트스톤 다리, 메인주의 디어 아일 다리, 뉴욕주의 사우전드 아일랜드 다리 등이 바람에 심하게 흔들려 보강 공사를 하느라 애를 먹었다.

우리나라에서도 73년에 완성된 최초의 사장교인 남해대교(길이 660m)가 95년 태풍 페이로 타격을 입어 주케이블을 감싸고 있는 래핑 와이어가 풀어져 버린 채 붕괴의 위험에 방치돼 있다.

다리 구조 전문가인 서울대공대 고현무 교수(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는 “서해대교 같은 긴 다리는 개통 전에 교량의 고유진동수 등을 정밀하게 측정해 공진 현상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동호동아사이언스기자>do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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