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개인정보 침해 심각… 주민번호 버젓이 돌아다녀

  • 입력 2000년 11월 7일 14시 02분


회사원 여은주 씨(29)는 며칠 전 한 대형 허브사이트에 가입을 하려다 깜짝 놀랐다.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로 그 사이트의 회원으로 가입돼 있었던 것.

그것도 버젓이 자신의 영문이름에 생년월일까지 덧붙어 있는 ID를 보고 더더욱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여 씨는 바로 그 허브사이트의 고객지원센터에 e메일을 보냈고 24시간 안에 연락을 주겠다고 하던 공지는 무시된 채 1주일이 지난 뒤에도 아무 소식이 없었다.

결국 여씨는 직접 그 사이트의 고객지원센터에 몇 차례의 전화통화를 시도한 뒤에야 e메일로 그에 대한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나마 답변내용도 황당했다."주민등록번호의 도용 처리 방법에 대해 경찰서나 도용신고센터로 직접 신고하던가, 이미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신고절차 없이 그냥 탈퇴한 후 재가입하라"는 내용이었다.

그 허브사이트는 기본적으로 도용자에 대한 신분 및 등록사항을 알려줄 수 없기 때문에 어떤 경로로 자신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등록되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는지는 알려줄 수 없다는 요지다.

이같은 사례는 온라인의 회원가입뿐 아니라 전화 마케팅 등에서도 빈번하다.중견기업에 근무하는 회사원 김용수 씨(31)는 며칠 전 받은 황당한 전화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모 방송사의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어학학습테이프 판촉전화 때문이었는데 도대체 자신의 연락처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출처를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김 씨는 이미 구매의사가 없음을 밝혔지만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옆자리 동료에게도 같은 내용의 구매촉진 전화가 왔다. 하지만 이 역시 수신자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고 한다.

최근 온라인 상에서 개인정보 누출 위험수위가 높아져가고 있다. 어학원, 신용카드 회사, 결혼정보업체는 물론, 보호막 없이 온라인상에서 떠다니는 개인정보를 활용해 최근에는 음란물 사이트나 700서비스에서 e메일, 휴대폰 등으로 광고 공세를 펼치고 있어 청소년 보호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인터넷 생활의 일반화로 인해 기업은 손쉽게 개인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지만 이 과정에서 개인의 주민등록 번호나 은행 계좌, 신용카드 번호까지 노출될 가능성이 팽배해 진 것이다. 이럴 경우 개인들 당사자는 영문도 모르고 경제적 피해와 신분의 도용에 대한 피해까지 입을 수 있다.

프라이버시 전문사이트 레이독닷컴(www.radog.com)의 김희정 이사는 “현재 우리사회에서 점차 개인정보의 가치와 그 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개인정보의 주권이 개인에게 있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무단으로 상업적인 목적에 이용하는 자세가 사회 구석구석에 팽배해 있다"며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정보가 기업의 마케팅 집행하기 위한 핵심 정보임을 인식하고 개인정보에 대한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환경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기업 내 개인정보 관리의 의무화를 법령으로 제정하고, 사생할 침해자에 대한 정보를 피해자에게 알려주도록 의무화하는 법안 상정을 추진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법적인 제재망이 빈약한 것도 주요 원인이지만 이에대한 시정조치를 생각지도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신일섭<동아닷컴 기자>sis0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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