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속의 과학]신기록은 '신기술'에서 나온다

입력 2000-09-13 18:29수정 2009-09-22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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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 경기의 종합 대회다.

이번 올림픽에서 100m달리기 선수와 마라톤 선수, 수영 선수들은 과학자들이 이론적으로 설정한 한계 기록을 깰 수 있을 것인가? 또 세계 최고 고난도의 공중 두 바퀴 돌기 기술을 선보이게 될 평행봉의 이주형 선수가 과연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인가?

다가오는 시드니 올림픽은 경기력 향상을 위해 피땀흘린 선수들의 경연장이자 그동안 갈고 닦은 새로운 기술을 선보일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쥐기 위해 과학으로 무장한 선수들의 신기술과 훈련 과정을 소개한다.》

▼높이뛰기 배면점프 신기록 견인차 역할▼

▽새 기술의 승리, 배면 높이뛰기〓종목에 따라서는 새로운 기술이 선수들의 경기력을 눈에 띄게 뒤바꾼 경우가 많다. 특히 역사적으로 볼 때 높이뛰기 종목의 배면점프 기술은 신기록 경신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1968년 멕시코올림픽에서 미국의 딕 포스베리는 얼굴을 앞으로 한 채 가로막대를 뛰어 넘지 않고, 얼굴을 하늘로 향한 채 등으로 막대를 넘어 관중을 놀라게 했다. 당시 포스베리는 올림픽 신기록을 세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배면점프는 기존 기술보다 막대 가까이 좀더 빠른 속도로 다가와 수평속도를 수직점프로 바꿀 수 있게 해주므로 매우 경제적인 기술이다. 또한 등을 활처럼 굽힐 수 있기 때문에 기존보다 더 좋은 기록을 가져다주었다. 오늘날 모든 높이뛰기 선수들은 이 기술을 사용한다.

▼인간의 100m 기록 한계는 9초50?▼

▽우람한 근육 대 지구력 강한 근육〓근력을 키우는 운동은 어떤 종목의 스포츠 선수이든지 필수. 선수들은 여러 가지 운동을 통해 자신의 종목에 적합한 근육을 발달시킨다. 인간의 몸에 가장 풍부한 조직인 골격근은 수축하고 이완하는 과정이 매우 섬세하고 질서가 있으며, 주위 환경이나 활용도에 따라 적절히 적응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100m 달리기 선수들은 무거운 중량을 이용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계속함으로써 육체미 선수 같은 우람한 근육을 만든다. 지구력은 부족하지만 짧은 시간에 큰 힘을 낼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마라톤 선수들은 조깅 같은 유산소운동을 통해 지구력이 강한 근육을 계발한다. 크기가 줄어들면서 좀더 오랫동안 수축과 이완을 지속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엘리트 선수들은 근육의 피로도를 측정하기 위해 젖산 모니터 장치를 사용한다. 근육을 발달시키고 속도를 빠르게 하기 위해 좋은 영양물을 섭취하는데서 돌파구를 찾기도 한다. 스테로이드와 같은 약물은 금지됐지만, 선수들은 좀더 힘을 발휘하기 위해 비타민 아미노산 단백질보충물질 등을 섭취하고 있다.

▽100m 달리기와 마라톤 기록의 한계〓인간에게는 발달시킬 수 있는 근육의 한계가 있다. 치타는 시속 100km(100m를 3초 60에 주파하는 속도)로 달리지만 현재 100m 달리기 세계기록 보유자인 모리스 그린(9초 79)도 치타의 대략 3분 1 수준에 불과하다. 수년 전 일본의 한 스포츠 과학자가 역대 100m 남자 선수들의 장점만을 뽑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9초 50까지는 가능할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기도 했다.

정상인보다 심폐기능이 뛰어난 특이체질을 가진 마라톤 선수들도 한계는 있다. 마라톤의 경우에는 체력적 요인뿐만 아니라 경기 당일의 기온 습도 바람 등 환경적 요인도 중요하다. 현재 마라톤 세계기록은 미국의 할리드 하누치가 세운 2시간 5분 42초이지만, 수년 전 미국의 한 보고에 따르면 역대 최고 선수들의 신체적 특성을 조합하고 경기코스의 환경이 최적일 경우 1시간 58분까지 앞당길 수 있다고 한다.

▼고속 비디오 촬영통해 신체 단점 분석▼

▽이주형 선수가 구사하는 고난도 평행봉기술〓요즘도 신기술을 개발하고 구사하는 종목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종목이 체조다.

그 중에서 평행봉의 고난도기술을 하나 살펴보자. 1984년 일본의 신지 모리수에가 개발한 모리수에 기술은 무릎을 굽힌 채 뒤로 두 바퀴 도는 고난도 동작이고, 90년대 중반 이를 변형한 동작이 최고난이도의 모리수에 파이크트 기술(일러스트)이다. 이 기술을 제대로 구사하는 선수는 세계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시드니올림픽 금메달 유망주 이주형 선수는 이 기술을 잘 소화해낸다.

물구나무서기 자세에서 시작되는 이 기술은 힘찬 스윙을 한 뒤 무릎을 편 상태로 공중에서 두 바퀴를 돌고 나서 평행봉에 두 팔을 걸치며 끝난다. 겉보기에 쉬울 것 같은 이 동작은 힘있는 스윙도 문제지만 평행봉에 두 팔을 걸치는 마무리가 제일 힘들다. 까닥 잘못하면 큰 부상을 입기 십상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한국 최초로 체조(안마)에서 메달을 따낸 남자체조대표팀 박종훈 코치는 “이 기술의 공중 두 바퀴 돌기 동작을 세 바퀴로 늘리는 일은 앞으로 100년 내에는 힘들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주형 선수는 연습초기 스윙국면에서 릴리즈시 수평 및 수직속도가 느리고 팔의 기울기 각이 작아 충분한 높이와 회전력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고속비디오촬영을 통한 영상분석으로 단점을 보완한 결과 최근 속도와 팔의 기울기 각이 충분히 커져 릴리즈 높이가 높아졌고 체공시간이 늘어나 동작이 매끄럽고 웅대해졌다.

▼발차기는 빠르게 팔동작은 느리게 인체역학 이용▼

▽새로운 수영법〓최근 수영에서는 새로운 영법이 소개되고 있다. 호주의 400m 수영선수 이안 쏘르프는 발차기 속도가 보통선수의 3배나 빠르다. 이 선수의 팔동작은 더욱 특이하다. 그의 양팔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느린 속도로 물 밖으로 거의 곧게 풍차처럼 회전한다.

이런 동작은 우연이 아니라 더 느린 영법이 실제로 훨씬 효과적이라는 인체역학적 연구에 따라 채택된 기술이다. 이안 쏘르트는 이 영법으로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다가오는 시드니 올림픽은 경기력 향상을 위해 피땀흘린 선수들의 경연장이자 그동안 갈고 닦은 새로운 기술을 선보일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이충환동아사이언스기자>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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