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게임떠나 다른여가 어때요?

입력 2000-09-03 18:23수정 2009-09-2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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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현실과 다른 세계에서 재미있는 경험을 하는 것. 바로 게임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이다. 사람들이 게임에 몰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날 게임은 현대인의 중요한 여가문화 중 하나가 되었다.

그러나 다른 여가활동과 마찬가지로 게임을 하는데도 그 나름의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다. 꼼꼼히 따져보면 게임은 오히려 다른 여가활동보다 훨씬 많은 준비와 노력을 필요로 한다.

우선 마음에 드는 게임을 고르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잡지, 인터넷, 주변 게이머들의 의견 등을 머리가 아프도록 참고해야 한다. 요즘은 게임 하나의 가격이 보통 3만∼5만원 정도 한다. 신중히 결정하지 않으면 정말 후회가 막심하다. 게임에 따라서는 별도로 회원가입을 하고 인터넷 계정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있다. 슬슬 복잡해진다.

포장박스를 열면 CD와 함께 사용자 설명서, 소위 매뉴얼이란 책이 나온다. 게임의 용량이 커지고 사용법이 복잡해지면서 매뉴얼은 어느새 두툼한 사전 한 권 분량이 돼버렸다. 대충 내용을 훑어보고 게임을 시작한다. 이때부터는 복잡한 일상사를 대신해 게임 속 세계가 본격적으로 게이머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게임도 현실 못지 않게 까다로운 규칙과 넘기 힘든 난관들로 가득한 세상이기 때문이다.

처음엔 누구나 어디가 어딘지 모를 미로 속을 헤매게 된다. 인터넷 상의 가상 전투공간에서 다른 게이머에게 수차례 ‘학살’당하다 보면 스트레스를 풀려다가 오히려 스트레스가 쌓이기 십상이다. 이렇게 되면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시작했던 게임 본래의 의미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오직 상대를 이기기 위한 오기만 남게 된다. 게임의 끝을 보기 위해서, 현실엔 존재하지 않는 게임 속 캐릭터의 레벨을 올리기 위해서, 또 현실에선 별 쓸모도 없는 아이템을 구하기 위해서 끝없이 몰입하는 ‘나’를 잃은 게이머만 남는다.

하나의 게임을 끝까지 마무리하는 데에는 평균 잡아 20∼50시간이 소요된다. 이 수치는 게임을 풀어나가기 위해 매뉴얼을 들여다보고 관련 자료를 찾는 시간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수백 명이 모여 가상의 세계를 이루는 온라인 게임의 경우에는 아예 플레이 시간이라는 것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게임 과정에서 뭔가 성취감을 느끼고, 상대를 이겼을 때 통쾌한 승리감을 만끽할 순 있지만 이건 좀 ‘아귀가 맞지 않는 활동’이란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지? 짧은 시간에 큰 부담 없이 게임 본연의 요소인 재미만을 즐길 수는 없을까? 컴퓨터 모니터와 마우스에서 손을 떼고 잠시 생각해 볼 일이다.

최복규(게임 평론가·bkchoi71@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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