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레드알럿2-스타크래프트 '게임시장서 한판 격돌'

  • 입력 2000년 8월 28일 19시 18분


“게임의 작품성과 밸런스는 중요한 요소라고 보는데 ‘레드알럿 2’는 이런 것들을 간과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나우누리 ID :3809son)

“아직 출시도 안된 게임에 대해 무슨 근거로 밸런스가 나쁘다고 하는가.” (나우누리 ID: yuongsj)

최근 PC통신 나우누리에는 미국 게임업체인 웨스트우드사의 ‘C&C 레드알럿 2’의 10월 발매를 앞두고 ‘3809son’의 ID를 가진 이용자가 ‘레드알럿 2’의 문제점을 지적한 글을 올려 논쟁이 붙었다.

주로 게임 시간이 너무 길고 그래픽도 부실하며 대중성도 없다는 식의 비판이었다.

그러자 ‘youngsj’ 등 다른 이용자들은 출시도 안된 게임을 마치 마스터한 사람처럼 평가할 수 있느냐며 반박하고 나섰다.

이같은 논쟁을 더욱 달군 것은 레드알럿 도메인 선점 해프닝.

한 대학생이 www.redalert.co.kr과 www.redalert2.co.kr 등 2개의 도메인을 등록한 뒤 이곳에 접속하면 스타크래프트(이하 스타크) 국내 홈페이지로 연결되도록 한 것.

스타크의 국내 판매사인 한빛소프트가 레드알럿 2의 도메인을 선점한 것으로 오해한 레드알럿 팬들은 각 PC통신 게시판과 스타크래프트 홈페이지에 “한빛의 얄팍한 상술을 규탄한다”며 항의하는 글을 띄웠다. 이와 관련된 글이 PC통신 등에 하루 1000여건씩 올라왔으며 스타크 홈페이지의 서비스가 한때 중단되기도 했다. 한빛측은 그 대학생에게 사과문을 게재토록 해 간신히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다.

이처럼 ‘레드알럿 2’ 발매를 앞두고 웨스트우드사의 ‘C&C 시리즈’ 게임 팬들과 블리자드사의 스타크 게임 팬들이 온라인에서 뜨거운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스타크 팬들은 속도가 느리고 박진감이 부족해 한국에서 외면당한 웨스트우드의 ‘타이베리안 선’의 아류인 ‘레드알럿 2’ 역시 실패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레드알럿 팬들은 ‘레드알럿 2’가 스타크 못지않게 속도가 빨라지고 대규모 전투 등이 가능해지면서 성공할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 게임잡지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은 지난해 ‘타이베리안 선’이 발매되면서 스타크와 비교하는 글이 폭주했던 때와 비슷하다”며 “그 때와 다른 것은 C&C 팬들이 ‘타이베리안 선’의 실패 탓인지 스타크에 대한 비판보다는 레드알럿이 게임의 리얼리티가 훌륭한 게임이라는 방어적 논지를 편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웨스트우드의 ‘레드알럿 1’ ‘타이베리안 선’ 등 C&C 시리즈는 30만장 정도 팔렸다. 이에 비해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는 170만장이 팔렸으며 지금도 매달 꾸준히 5만장 이상씩 팔리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지금까지 나온 웨스트우드의 C&C 시리즈가 1200만장, 블리자드 제품이 500만장이 팔린 것과는 딴판인 셈이다.

스타크래프트가 국내에서 대성공을 거둔 것은 발매 당시 게임방이 급속도로 늘어났다는 사회적 여건도 있지만 블리자드 게임 방식이 한국인의 취향과 딱 맞아떨어졌다는데 있다.

한빛소프트 신용식부장(34)은 “한국 게이머들은 기본적으로 승부가 빨리 결정되는 게임을 좋아한다”며 “스타크래프트의 경우 게임을 벌이는 공간이 좁고 유니트를 생산할 수 있는 자원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보통 10분, 길어야 20분 안팎에 승부가 난다는 점이 인기의 한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또 유니트를 빨리 움직일 수 있는 단축키(일명 핫키)가 많아 게임 속도를 더욱 빨리 할 수 있다는 것도 스타크의 장점.

이에 비해 ‘C&C 타이베리안 선’은 게임 공간이 무척 넓고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야 하는 게임으로 한 판 끝내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한국 게이머들에게 외면당했다.

스타크 성공의 또다른 비결은 무료 배틀넷을 이용한 랭킹 시스템. 배틀넷을 통해 1 대 1 또는 여러명이 함께 게임을 벌일 수 있고 승률에 따라 순위가 매겨진다.

게임평론가 박상우씨(34)는 “다른 사람과 배틀넷에서 겨뤄 순위를 올리는 재미와 과시욕이 스타크 열풍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며 “국내 게이머의 대다수가 학생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학교에서 치열한 성적 경쟁을 해야 하는 현실이 게임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레드알럿 2’와 스타크의 대결은 어떻게 될까.

게임 평론가 김창배씨(39)는 “스타크는 한국 사회가 낳은 독특한 문화현상에 가깝다”며 “한국 게이머들이 스타크의 방식에 너무나 익숙해져 다른 유형의 게임에 쉽게 적응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판매사인 EA코리아의 판매 예상치는 50만장 정도. C&C 매니아들은 웨스트우드측이 스타크래프트의 성공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레드알럿 2’가 고유한 개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웨스트우드가 어떤 형태로든 한국 팬들의 입맛에 맞게 게임을 내놓겠다는 전략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거대 시장 놓칠 수 없다" 자막-대화 한국어로◇

◇'레드알럿2' 개발팀 방한 시연회◇

최근 미국 웨스트우드사의 게임개발자(부사장급) 일행이 3박4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들의 방한 목적은 ‘레드알럿 2’의 10월 발매에 앞서 한국 게이머들을 상대로 시연회를 갖고 게이머들의 요구를 듣기 위한 것이었다. 미국 게임회사 관계자가 한국에 직접 와서 시연 행사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

웨스트우드와 블리자드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분야에서 거의 10년 가까이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라이벌 회사.

92년 웨스트우드가 최초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듄 2’를 내놓자 블리자드는 94년 ‘워크래프트’를 출시했다. 이에 웨스트우드는 95년 ‘커맨드 앤 컨커(Command & Conquer)’로 대성공을 거뒀다.

블리자드는 이듬해인 96년 ‘워크래프트 2’를 세계적으로 200만장 팔았고 웨스트우드는 같은 해 ‘C&C 레드알럿’를 300만장 정도 팔았다. 레드알럿은 국내에서도 10만장이 팔려 당시 최고의 베스트셀러로 군림했다.

블리자드가 98년에 내놓은 스타크래프트의 성공은 한국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시장이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로 급부상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웨스트우드가 지난해 출시한 ‘C&C 타이베리안 선’의 국내 판매량은 20만장에 그쳤다.

‘레드알럿 2’의 국내 판매사인 EA코리아는 “이번에도 실패하면 한국시장 공략이 더 이상 힘들다고 보고 ‘레드알럿 2’의 모든 자막과 대화를 한국어로 바꾸는 등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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