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T-2000]정부 '동기식'에 애착…업계 '비동기식'에 집착

  • 입력 2000년 8월 13일 17시 28분


"동기식을 살려주세요"

차세대 이동 통신(IMT-2000) 사업자 선정 작업을 하고 있는 정보통신부의 간절한 애원이다.

사업권을 따내기위한 컨소시움 구성은 지난 주 말로 사실상 끝났다. 예상대로 한국통신, SK텔레콤, LG, 그리고 한국IMT-2000등이 주축이 돠어 4개의 컨소시움을 만들었다. 다음 수순은 기술표준의 선택이다. 늦어도 이달까지는 동기식과 비동기식 중에서 하나를 골라야만 내달 말로 잡혀있는 사업계획서 제출시한을 맞출 수 있다.

문제는 4개의 컨소시움들이 모두 비동기식을 선호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등 선진국들이 대부분 비동기식을 선호해 시장이 넓다고 보고 이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시장의 80%가 비동기식으로 되어있다.

정부가 동기식에 애착을 보이는 것은 경쟁력 때문. 동기식은 미국의 퀄컴 사가 고안한 것이지만 그동안 우리 업체들이 집중적으로 보완해 사실상 우리의 기술이나 마찬가지이다. 비록 시장은 적지만 지금 와서 포기하기엔 너무 아깝다는 것이다.

정통부의 손홍 정보통신정책국장의 표현이 의미심장하다. "IMT-2000사업자 선정 정책에서 기술표준은 복수표준을 채택하여 '업계 자율'로 결정토록 한다고 했지, 결코 '업체 자율'이라고 하지 않았다"는 것. 기술표준선택을 업체에 맡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시사이다. 한 관계자는 "비동기식으로 단일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동기식 관철의지를 보였다.

정부는 또 LG정보통신을 제외한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장비제조업체들이 동기식 기술표준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점을 들어 이들의 힘을 빌려서라도 각 컨소시엄의 기술표준을 동기식으로 전환시키려는 시도도 하고있다.

4개 진영은 여전히 겉으로는 비동기식을 표방하고 있으나 물 밑으로 눈치 작전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은 만약 1개 업체가 굳이 동기식을 채택해야 한다면 각각 이동전화 시장점유율이 가장 높은 기업(SK텔레콤)과 공기업(한국통신)이 돼야 할 것이라며 '동기식 떠넘기기'를 연출중이다.

현재 경쟁에서 다소 불리한 상황에 처한 한국IMT-2000은 사업권 획득을 위해서라면 비동기식을 포기하고 동기식도 택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주목된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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